`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어느 소극(笑劇)에서의 대사 한마디인데 이 절묘한 멘트 한 마디가 그 파괴력이 예사롭지 않다. 촌철살인은 이를 두고 한 말일까? 그 파급은 제일 먼저 스포츠계를 향했다.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계에서는 야박스러울 만큼 1등만 존재한다. 2등은 그 과정마저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시상대 위의 1등에만 환호하고 열광한다. 신문은 1등만 대서특필하고 방송은 승자와만 인터뷰한다. 온갖 찬사를 갖다 붙이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1등은 두고두고 현창하지만 2등은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우리들의 인지상정이다.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 주지도 않는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각고의 노력에도 1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구나 프로 스포츠에서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야멸차다. 9연승을 하고서도 10연승 못한 것을 두고 애석해 하고 선수를 다그치는 것이 냉엄한 승부의 세계이다. 오로지 승자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더러는 이렇게 말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겨야 살아 남는다고 하고 더 심하게는 `정글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더욱 결정적인 담론은 철저한 시장원리의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1등으로만 지향하는 세상을 두고, 등수 매겨 줄 세우기만 있는 제도를 두고 한 때는 이 폐해를 막기 위해 나라의 기본 정책을 바꾸려 했다. 뿐만 아니라, 1등을 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면 인간의 상실, 가치관의 전도가 사회문제가 된다며 사회 기조를 바꾸려고도 했다. 그러기 위한 첫 단계로 이른바 `1류`라고 부르는 기업, 대학, 동네이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1천명에서 1등을 뽑지말고 1백명에서 1등을 뽑으라는 예시안까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프로 복싱이 최초로 동양챔피언이 탄생했을 때 다음날 신문·방송은, 챔피언이 되기까지 내조한 그의 아내를 두고 ㅇㅇ여사라 불렀다. 하루아침에 명사〔1등아내〕가 된 것이다. 챔피언이 된 것이나 내조의 공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1등에만 함몰돼 있었던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한참 된, 오래전의 일이다. 신춘문예에 관한 TV토론 시간에 소설가와 심사위원들 그리고 어떤 사람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신춘문예에만 여남은 번이나 응모했다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사회자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기획 의도에 맞게 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 내용은 기억되는 게 없지만 마이크를 놓자마자 중견 소설가 한 사람은, "그게 뭐야, 열 번을 응모해도 응모 그 자체는 별 의미가 없어…"라며 그 출연자를 향하여 면박을 주듯 하는 것이었다. 비록 자질이 좀 부족하더라도, 다시 말해 여러번의 응모가 도로(徒勞)에 지나지 않았더라도 그 노력만은 칭찬이라도 해주는 것이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니라 2등, 3등 또는 등외도 기억하는 나라가 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지금 그 공개 면박(?)을 당했던 그는 그 충격을 받고 붓을 꺾었을까, 아니면 오기로라도 분발하여 대가가 되었을까… 참 궁금해진다. 1등만 하던 은반의 요정 김연아 선수가 2등을 하고, 축구천재라고 불리던 선수가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으니 네티즌들은 비방과 폭언을 쏟아내며 악플이 넘쳐 났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1등만 기억하는···` 현상의 본보기가 아닐까? 그래도 1등은 있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 평준화로는 안 된다. 결코 낙오자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경쟁은 있어야 한다. 1등에 환호하는 만큼 등외자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사회를 만들자. 인간은 생래적으로 경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공동생활을 하는 개미 세계에서도 협동하며 경쟁하고 초목도 같은 종끼리, 다른 종끼리 생명을 건 경쟁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에게서야 다시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기려고, 1등을 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다만 1등에게 보내는 찬사 그 반만이라도 2등에게도 보내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니겠는가.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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