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면 어떻고 국이며 물이면 어떠하리
담기면 담긴 대로
비우면 비워지는 대로
식탁이나 밥상에 오르면 제격이지
도예가의 손끝에서 흙이 빚어질 땐
은은한 빛으로 백자, 청자 꿈도 가졌지만
가마굴에서 구워져 나올 땐
막사발로 태어났네
볼품도 내세울 것도 없는
막사발로 태어났지만
어차피 뜻대로 할 수 없는 세상
속이라도 꾹꾹 채울 수 있음을 위로 삼아야지
볕들지 않는 진열장에서
검은 빈속으로 보관되는 것보다
속이라도 채웠다, 비웠다, 씻었다 함께 할 수 있는
늘 다정다감한 온정의 손길 받아가며
식탁이나 밥상 위에서
어렴풋이 그려진 청운의 꿈을 삭히며
심기일전하며 살면 족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