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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교원이
무더기 전출돼도
모르쇠로 일관
공모교장제도로
지역민이 주인 되는
공립학교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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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자 도교육청 인사발령이 나면서 성주고등학교의 교장, 교감, 교무부장, 진학부장 등이 동시에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성주군민이 수십 억 원을 쏟아 부으며 지역의 중심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그간의 몸부림이 도교육청의 종이 한 장으로 모조리 공염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립학교와 달리 정기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지는 공립학교의 입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핵심 교원이 전원 교체됨으로써 학교 운영의 흐름이 단절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기막힌 인사에도 어느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분노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성주교육의 현실이다. 학교에 주인이 없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지역교육 혁신의 불이 지펴진 지 16년이 됐다. 전국 최초로 교육발전위원회가 생겨 민간 주도로 기금을 마련해 그 재원으로 성주고등학교에 집중적인 지원이 시작되고, 때마침 취임한 고향출신 도 교육감이 사립 성주고를 통폐합하고 `성주농업고등학교`에서 명칭이 바뀐 `성주고등학교`를 교육부 시범통합학교로 지정해 수백 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를 신축하고 우수교사를 배치해 명문 성주고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대로 된 남자인문계 고교 육성이 가져다 준 지역교육 이미지 제고와 이에 따른 학부모 및 학생의 변화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아낌없는 지원, 지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거사(巨事)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모두의 피와 땀으로 우뚝 서게 된 학교에서 썰물처럼 핵심 교원이 빠져나갔다. 물론 더욱 훌륭한 교원들로 학교에 새바람을 일으킬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역민의 염원과 동창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학교로 전통을 이어가는 열정적인 교장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립학교의 인사는 미리 알 수 없을 뿐더러 관계기관은 관심이 없어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는 몰라서, 학생은 힘이 없어서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더 이상 도리가 없게 됐다. 한해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명문학교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하루아침에 주요 인사가 모두 교체되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던 공모교장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학교를 진정 걱정했더라면 진작 지역민이 원하는 교장을 초빙해 지금과 같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현상은 피했을 것이다.
학교의 고객은 학생과 학부모이다. CEO인 학교장과 관계자들은 고객 만족의 학교경영을 위해 100년 앞을 내다보는 투철한 교육철학과 의지로 무장해야 한다. 최소한 4년 이상의 임기로 책임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학교가 발전하는 핵심은 시설이나 환경이 아닌 인적구성원이며, 그만큼 공립학교 교장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학교의 전통과 정체성은 지역민의 염원과 학교장의 의지, 동창회와 자치단체의 탄탄한 지원과 관심, 교사의 열정적 교육, 학생들의 면학태도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따라서 차기 교장은 공모에 의해 초빙되는 예측 가능한 인사가 되어야 한다. 어느 날 와서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나그네 교장과 교사들로 언제까지 주인 없는 학교로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지역 내 중심학교의 주인 역할은 지역민과 관계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몇 년 후 군민의 염원과는 거리가 먼 낯선 학교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