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집사람과 결혼한 날은 정확하게 1959년 10월 3일이었다. 대구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그 날 우리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철도호텔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꼭 50년 전의 일이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기나긴 동안 나와 우리 집사람이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단군 성조가 우리나라를 개국한 그 날, 10월 3일에 우리는 우리의 가정을 열었으니 이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25년 전에 우리는 당시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있던 둘째 딸 미희로부터 은혼 기념 선물을 받았다. 그때 우리 내외는 이런 소원을 빌었다. 서로 모르고 별개의 세상에서 성장한 우리 내외가 만나 살아오는 25년 간 딸 셋, 아들 하나를 낳고 잘 살았으니 실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욕심 같아서는 앞으로 25년을 또한 행복하게 잘 살아서 기쁘고 감사가 넘치는 금혼일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라는 소박한 소망을 말이다. 그때 소원했던 그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금혼일에 이르도록 잘 살아왔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우리 맏딸 미숙이는 미국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와 소띠 동갑내기이다. 그 뒤 둘째딸 미희와 셋째 딸 미정이를 낳고 올해 40세가 되는 막내 창호까지 낳았다. 그들은 모두 잘 성장해줬고 고맙게스리 모두 대학 이상의 교육과정을 거쳤다. 모두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이제는 내가 사는 집보다 더 크고 넓은 아파트까지 마련했으니 우리 내외가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없다. 딸 둘과 사위 둘이 모두 교수이고 나머지도 모두 회사의 중역으로 귀히 쓰임을 받고 있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주일이면 나는 지금까지 50년 동안 집사람과 함께 교회를 다니는 행복 또한 누리고 있다.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외치고 싶다. 어떤 노인들은 그들의 생계비를 국가나 자녀들에게 의존하는데 우리는 연금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으니 우리는 복노인 중 상복노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제 세상을 마감하여도 여한이 없다. 세계적 문학가 헤르만 헷세는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그저 행복하라는 한가지 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라고 했다. 일찍이 우리 내외를 두고 하는 말이었지 않나 싶다.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인 에이브라함 링컨은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는 만큼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고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정녕 옳은 말이다. 우리의 진정한 행복은 남이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찾아내는 것이며, 반드시 물질에서만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결혼 50주년을 맞이하고 보니 행복은 반드시 재산, 명예, 권력 같은 것에서만 연유하는 것은 아닌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의 참뜻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내외는 이 뜻깊은 금혼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한때는 중남미 섬나라를 도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한 일도 있었다. 또 한때는 10월 3일에 가족과 친지들을 모셔놓고 재래식 혼례를 한번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한 일도 있었다. 이제 이런 생각일랑 다 접어버리고 오는 10월 3일에 가까운 친척과 자녀들이 함께 조촐한 축하연이나 가지는 것이 좋겠다. 식사가 끝나면 우리 내외가 함께 결혼 여행을 갈 때 탔던 통일호를 타고 부산 해운대로 금혼여행을 떠났으면 한다.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2009. 10. 3)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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