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으니까 졸업식에 대한 보도를 하는 것을 보고, 문득 몇 년 전 우리 막내딸 졸업식이 생각났다.
작은 시골 중학교인지라 조용하고 조촐한 졸업식이었는데 그래도 꽃다발 하나 건네주면서 사진도 찍고, 짜장면도 사먹고,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막내가 아무 말 없이 집에 와서는 울면서 “이 꽃다발, 어제 언니한테 준 거지”라고 하는데 정말 미안했다.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2월 22일이 언니의 고등학교 졸업식이고, 이튿날 23일이 막내 졸업식이었다. 그때 꽃다발 1개에 만원은 좀 큰 돈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딸 고등학교 졸업식에 주고 집에 가져왔는데 너무 생생하고 예뻐서 그걸 놔두고 새로 사자니 아깝고 낭비 같아서 그 꽃다발을 막내 졸업식에 가져갔더니 어린 마음에 제 몫이 아닌 것에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결혼하기 전엔 그때 이야기를 한번씩 하면서 엄마를 원망도 했었지. 지금 내 나이 예순 셋. 그리 열심히 절약하고 살아온 세월. 뒤돌아보면 회의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그런 절약정신으로 살았기에 농촌에서 농사지으면서 삼남매(1남 2녀) 모두 4년제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시켜서 아들, 딸 둘씩 낳아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우리 부부도 황혼길에 접어든 인생 조금이나마 여유도 있고 조용하게 잘 살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러나 애들한테는 마음 한 구석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취하면서 공부할 때 용돈도 넉넉하게 못 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정말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너희들이 밝고 예쁘게 자라 이제 엄마 아빠가 되고, 우리에게 기쁨도 주고 정말 고맙다.
아들 딸들아, 그때 잘못해 준 것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마음속 깊이 사랑해주마. 끝으로 삼남매 모두 다 건강하고 사회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는 인간이 돼주길 이 엄마는 항상 빌면서, 정말 정말 사랑한다.
2011. 2. 16
성주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