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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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야의 종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가 아름답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지난 시간의 회한이나 그리움, 그리고 내일의 꿈을 듣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움과 마주하면 누구나 그와 비슷한 아름다움을 함께 했던 사람을 기억한다. 가슴 아픈 추억이든 가슴 떨리는 순간의 소중한 추억이든 추억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양희은의 노래 '내 님의 사랑은' 중에 "그대 없는 세상/ 나는 누굴 위해 사나"라는 구
절이 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이 '사람'임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위해 살 때 비로소 삶이 삶다와진다는 것, 그런 깨달음이야말로 끊임없는 자기 희생을 통해 한번뿐인 생명을 한없이 고귀한 삶으로 만들어 간 사람들이 우리에게 은밀히 보여준 삶의 비결일 것이다. 우리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은 곧 누군가를 위해 사는 길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시인이 '종은 더 아파야 한다'고 노래한 대목도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