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南怡 장군의 丈夫詩
우리나라에는 고대로부터 남아의 기개로 장부답게 용맹을 떨친 장군들이 참으로 많았다. 삼국시대로 보면 고구려의 을지문덕, 신라의 김유신, 백제의 계백, 고려의 최영, 조선왕조 때의 이순신, 그리고 역신의 모함에 걸려 비명에 죽임을 당한 남이 장군이 있었다.
남이 장군(1441-1468년)은 조선왕조 제7대 왕 세조 때의 무신으로서, 17세 때 무과에 급제하고 이시애의 반란을 평정하여 용맹을 떨쳤고, 26세의 나이로 병조판서에 이르렀으나, 그의 사후에 명예가 회복되고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이 시는 그의 위국충절의 기개를 노래한 것으로 후세에 가장 널리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는 다음과 같다.
白頭山石 磨刀盡 豆滿江水飮馬無
男兒二十 未平國 後世誰稱大丈夫
(필자의 번역)
백두산의 돌을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물을 말을 먹여 다 없애리라
사나이 20세에 나라를 태평하게 못한다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리오.
위의 시의 제목은 `북정`(北征. 북쪽 오랑캐를 치다)으로서, 특별히 대장부로서의 기개를 노래한 것이다. 이 시로 말미암아 뒷날 그의 명성을 시기하던 유자광이 `男兒二十未平國`을 `男兒二十未得國`(사나이 스무살에 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무고를 하여 왕(예종)에 대한 반역죄로 죽임을 당하였다.
2. 春香傳 중 이몽룡의 격노시(激怒詩)
우리나라의 여러 고대소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면 춘향전이다. 그 이유는 춘향전이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춘향전에서 가장 절정을 이루는 장면은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해서 옥에 갇혀 있다가 변 사또의 생일날에 끌려 나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암행어사로 변장하여 나타난 남편 이몽룡이 변 사또에게 경책의 시 한 편을 써서 준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이다.
金樽美酒 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 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필자의 번역)
금 단지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 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지는 곳에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 보면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선비나 충신이 많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탐관오리도 많았는데, 그래서 그러한 탐관오리를 물색하여 벌하도록 암행어사 제도를 둔 것이 춘향전에 한 대목으로 나타난 것이다. 탐관오리의 부패와 부정은 오늘날에는 더 큰 규모로 행해지고, 많은 공직자에게 주어진 직책은 국가를 위해서 있는 것보다도 공직자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있는 것처럼 인식이 되어 있다. 그러한 오늘의 상황 아래서 변 사또에 대한 이몽룡의 시는 오늘의 공직자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되는 것이다.
3. 朱熹의 권학시(勸學詩)
송나라의 명유(名儒)인 주희는 주자학의 시조로서, 그의 권학시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고, 또한 그의 `십회`(十悔)는 인생의 윤리적 교훈으로 서동(書童)들의 암송문으로 되어 왔다. 이제 그의 권학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己秋聲
(필자의 번역)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잠깐의 시간이라도 가벼이 생각하지 말지라
지당의 봄 풀이 아직 깨어나기도 전인데
집 앞 오동잎에선 벌써 가을 소리가 들리는구나.
이 시의 초점은 공부하는 서동들에게 세월의 빠름을 각성시키면서 열심히 공부할 것을 권면하는 것이다. 이 시는 영국의 시인 Thomas Carlyle의 시 `Today` 중의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 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여기 새로운 한 날이 동터온다. 생각하라, 너는 이날을 헛되이 보낼 것인가?)란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