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화제를 본 얘기로 돌리자. 1901년 1월 1일 뉴질랜드를 제외한 식민지가 드디어 정식 호주연방으로 출범했으니 그 날이 바로 헌법 발효일이라 한다. 그런데, 연방 탄생의 축제는 헌법 발효일이 아니라 최초의 식민지가 탄생한 1788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지난 1988년에는 `200주년 축제`로 명명했다고 한다. 이 나라 국토면적은 우리 남한의 78배이고 인구는 2천200만 남짓이라고 한다. 기후만 해도 대륙 내부 불모지는 건조기후(사막성)이지만 내가 체재하는 시드니는 온대성이고 아열대성, 열대우림, 열대성기후 등으로 분포하고 있다. 언어는 우리가 늘 접하는 영·미식과도 약간 다르다고 한다. 호주인만이 쓰는 영어라는 `오지 영어(Aussie English)`가 있는데 오지는 `토박이`라는 호주 말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영어권은 물론 동남아권, 레바논, 남미 계통의 이민자도 있어 자연스레 오지 영어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내 맘대로의 해석이다. 그래서 우리식 영어도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니 어쩐지 코리아의 자존심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언어에 관해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있다. 영국계 호주인이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날파리가 하도 많아 입안으로 날아들지 말라고 하다보니 그런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이는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작년에 이 나라에 와서 칼리지(College) 과정을 밟고 있는 막내 딸아이가 추인한 말이니 신빙성은 있어 보였다. 또 음절이 긴 말은 간략하게 쓰는 경향인데, 예를 들면 뮤지션을 뮤조, 저널리스트를 저노, 스펙터클을 스펙으로 쓴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경우인진 모르지만 집에 도착하여 동네 이름 리드콤(Lidcombe)을 보고 리드콤베라고 했더니 어미 `be`는 묵음이라는 거다. 내 짧은 견문이지만 영어에서는 단어 구조상 그런 발음을 본 일이 없고 또 독어 발음 같은 거라고 생각하여 나대로는 아는 척을 했다가 그만 딸아이의 면박(?)을 받았다. 스펙터클을 스펙이라고 하듯 리드콤도 같은 맥락인 모양이다. 오지 잉글리시의 가장 큰 특징을 보면 `A` 발음을 `아이`로 한다는 것인데, Day는 다이, Today는 투다이, Stay는 스타이, Have a Good Day는 하바굿다가 된다는 것이다. 또 Center의 er은 re로 쓰고 있었다. 영어(앞)와 오지영어(뒤)의 재미있는 비교 몇 가지만 들어보자. 상점ㅡstore, shop. 아파트ㅡapartment, flat. 전화하다ㅡcall, ring. 엘리베이터ㅡelevator, rift 등. 모두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으로 그렇게 쓰는 것이라 한다. 파리!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딸·사위 친구들이 우리를 위한 항정살 가든파티를 벌인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우리나라 파리보다 덩치가 큰 것들이 살판났다 하고 극성스럽게 몰려든 것이다. 가만히 관찰하다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유독 새우(대하)에만 달라 들기에 그 껍질만 모아 따로 두었더니 모두 그리 몰리는 것이었다. 이놈들이 육류보다는 해물을 더 좋아한다는 위대한 발견(?)을 한 것이다. 파리 많은 것을 보고 내가 기후 탓이라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나라 자연보호가 얼마나 철저한지 농약은 물론 살충제도 쓰지 않는단다. 게다가 소하천도 없어 모기 서식지가 없는 반면 파리는 많다는 것이다. 많지도 않는 모기도 특성은 있었다. 모기, 그 소리로 비교하자면 한국 모기는 소프라노인데 이곳 모기는 바리톤이었다. 호주 관광 첫날 시드니 중심가 관광에 나섰다. 기독교가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성탄절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사람들만 보고는 여기가 어딘지 모를 만큼 흑·백·황이 뒤섞여 있었다. 본토인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글로벌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실감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날이 날인만큼 인파는 쏟아졌어도 징글벨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어딘가 큰 건물 앞에 대형 트리가 세워져 있었던 것이 전부일 만큼 비교적 들뜨는 우리 성탄절과는 비교가 되었다. 여독도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염치 모르는 날씨는 비도 내려줘 첫 관광은 그렇게 간단히 끝냈다. 오늘은 본다이 해수욕장(Bondi Beach)에 갔다. 간이 텐트를 친 곳이 썩 내키지 않아 건너다 뵈는 계곡으로 갔으면 했더니 딸애가 흠칫 놀라며, 그곳은 완전 나체의 동성애자들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치외법권 지역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말았다. 우선 흔히 보는 바다와는 다르게 보려했다. 우리라고 바다도 없고 세계인이 놀라는 절경이 왜 없을까만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열 시간 넘게 날아왔고 오래 계획된 관광이었으니 뭔가 모티브를 찾아 시상(詩想)이라도 떠올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감 같은 것에 억눌리었지만 정작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치졸하게나마 늘 관조(觀照)의 세계로 투영되는 우리들의 인생사 희로애락의 그 세계를 보려고 했던 것이 내 의도의 전부였다. 행여 바다도 인생 편력(遍歷)이듯 한강수가 흘러 흘러 이 바다까지 왔을까. 무념무상(無念無想) 구름도 유람 길에 나섰는가. 원래 한 몸인 물과 구름이 교신을 하는지 저 수평선 끄트머리는 맞닿아 있었다. 파도는 어이 저리도 성이 났는가 분노는 스스로 부서짐으로 하여 극기하려는 것인가 자폭인가 살신성인인가 노도는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태초로부터 대저 몇 겁이나 되었는가 철석 처르르. 음악가인가 / 쏴아 와르륵. 폭군인가 포효하듯 으르렁거리는 노도광풍은 뭍으로만 살아남겠다는 대지를 향해 / 독아(毒牙)를 날름거리는 것인가 한 치도 내 줄 수 없다는 듯 뭍은 눈 부라리며 얼떨결에 상륙한 물을 일시에 삼켜버리고 만다. 아아! 바다여, 구름이여…! 명색이 글줄이나 쓴다는 내가 시도한 관조의 세계가 겨우 이 정도의 속투(俗套)로밖에 그리지 못한단 말인가? 자괴하며 발길을 돌렸다.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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