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제9대 성종(成宗)임금이 평복을 하고 미행(微行)을 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밤 미행하는 중에 어떤 집 앞에 이르니 즐겁게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문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한 늙은이 앞에는 술상이 차려져 있고, 젊은 상주는 노래를 부르고, 중 차림의 여인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인은 유쾌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한숨을 짓고 있었다.
성종 임금은 체면불고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깐 쉬어 가게 해주시오."라는 성종의 말에 노래도 춤도 멈춰졌다. "뉘시오?" 성종은 문안에 사는 이 동지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그들의 이상한 가정 놀이의 연유를 물어 보았다.
노래하던 상주는 아랫목에 앉아 있는 노인의 아들이고, 중 차림의 여인은 그 상주의 아내였다. 그런데 모친이 죽고 아직 상기(喪期)가 끝나지 않아서 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날이 마침 노인의 생일이었는데 가난한 살림에 어찌 할 수가 없어서 아내가 머리를 잘라 팔아서 이렇게나마 술상을 차려 놓고 아비를 위로한다는 것이었다.
성종은 갖은 말로 격려하면서 다음 과거 때는 꼭 과거에 응하라고 권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갔다. 이 상주의 상기가 끝나자 곧 과거령을 내렸다. 그 선비는 어느 날 밤 문안의 이 동지라는 사람의 간곡한 권고를 기억하고는 과거에 응시했다.
그런데 그 날의 과제(科題)는 "喪主歌女僧舞老人歎(상주는 노래하고 여승은 춤추고 노인은 탄식하다)" 였다. 이 문제는 그 선비만이 알아서 쓸 수 있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여 노부모의 그날 밤의 탄식을 환희로 바꾸어 주었다.
효도는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이다.
초(楚) 나라의 노래자(老來子)는 자신이 60세가 지난 노인이었는데도 80세가 넘은 노부모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일부러 색동옷을 해 입고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재롱을 피웠다는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잠언 23장 25절에도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고 했다.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조지 워싱턴은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다섯 명의 동생들과 함께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다. 그는 소년 시절에 뱃사람으로서 평생을 살 계획을 세운 일이 있었다. 바다에 꿈이 있었다. 그래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선원으로 취직하여 짐을 모두 배에 실어 놓고 어머니께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그러나 아들이 바다로 떠나는 것을 알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를 보고 그는 일꾼들에게 말했다. "배에 가서 내 짐을 모두 가지고 와라.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내 꿈을 좇을 수는 없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이렇게 축복했다고 한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복 주신다는 성경 말씀처럼 네 장래에 큰 축복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축복한 대로, 나중에 미국 독립의 영웅이 되어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 일화는 미국 교회 주일학교가 부모 공경을 가르칠 때 빠뜨리지 않는 소년 워싱턴의 이야기다. 그는 서양인으로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철저한 효자였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한 연설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가 하나님의 축복을 누린다. 부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부모의 눈에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라. 이것이 복 받는 길이다."
오경(五經) 중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효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가장 뛰어난 효는 부모를 존귀하게 함이요, 그 다음은 부모에게 욕을 돌리지 않음이요, 그 아래는 부모를 공양함이다(孝有三 大孝尊親 其次弗辱 其下能養)." 의식주로 보살펴 드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효이며, 가장 고귀한 효는 자식의 선행으로 부모의 이름이 널리 존경받게 되는 것이다. 즉 효의 근원은 자식의 선한 행실로 부모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효경(孝經)에서도 "부모로부터 받은 육체를 훼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몸을 잘 닦고 바른 길을 걸어서 그 이름을 후세에 널리 전함으로써 그의 부모의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 효의 마지막이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고 했다.
효의 종국은 부모를 즐겁게 해 드리는 것이다. 부모가 즐거워하는 것은 두툼한 용돈 봉투가 아니다. 가슴에 달아 주는 꽃도 아니다. 내 몸을 잘 다스리고 형제가 우애하고 이웃에게 칭찬받는 일들이다.
어버이날에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기 전에 부모가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 부모가 나를 위하여 드리는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해 보라. 부모를 즐겁게 하라. 나를 낳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