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넬슨 베이(Nelson Bay)해수욕장으로 1일 패키지 관광을 갔다. 소 말들이 듬성듬성 풀을 뜯는 방사목장도 보고 울창한 숲 양쪽 수목들에서 재수 좋은 날은 코알라(Koala) 캥거루(Kangaroo)도 보는 행운도 따른다고 했지만 그것은 그냥 기대감만 갖게 하려는 하나의 상술에 불과했다.  바다에 가서는 1시간여 관광선을 탔으나 기대하던 돌고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 초교 1년짜리 외손녀가 제일 안타까워했고 나도 상당히 아쉬웠다. 또 언제 볼 기회가 있기나 하려나 하고 말이다.  한인 경영 한식집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썰매를 타러 간다는 것이다. 사막에 웬 썰매? 수만 년을 두고 바람과 해일이 실어다준 모래로 언덕을 이뤘으니 사막이 아니라 사구(沙丘)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덧붙인다. 지금도 곧장 사람의 발은 모래를 끌어내리기만 하고 바람은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짐작으로 여의도 대여섯 배나 됨직한 해안이 모두 사구로 이뤄져 있었다. 경사는 한 40도 정도이고 높이는 긴 곳은 100m나 되는 언덕을 올라 판자에 앉기만 하면 간단한 조정으로도 멋진 모래썰매 타기가 되는 것이었다. 어느 일행은, 한국에 이런 모래가 있었으면 건설자재로 유용할 텐데… 라는 고리장이(柳器匠) 근성이 쉽게 나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같은 해수욕장이라도 왜 이름이 다른가 했더니 그건 해안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는 것이다. 몇 군데 가본 베이는 우리 영일만 같이 해안이 깊게 들어간 이름이고 모래사장이 있으면 비치, 비치로도 설명이 안 되는 아주 긴 해안은 코스트(Coast), 항아리 형은 포트(Port), 해안이 구불구불하면 하버(Harbour) 등 이 나라 넓은 땅 넓은 바다만큼이나 그 이름도 다양했다.  가장 번화한 시드니 차이나타운을 지나며 가이드가 해설을 시작했다. 앞서 오페라하우스 관광 때 하버브릿지에 대해 몇 줄 적었지만 그 공사 뒷얘기이기에 다시 적는다. 당시 공사 때 가장 저임금인 중국인을 데려다 썼는데 그때도 땅만은 무제한이었기에 공사대금을 땅으로 주었고 그 땅에 지은 건물들이 바로 차이나타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주변 줄줄이 늘어선 간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벌써부터 우리의 설날(음1·1)이고 그들 최대의 명절인 춘절 축하 애드벌룬 등이 걸리었으니 역시 대국은 대국일 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체재기간 50일이 종반으로 향한다. 제일 먼저 놀란 것이 이곳 물가이다. 여기 주택은 전세라는 게 없고 수도 전기와 같은 월 사용료 개념인데 규모·지역에 따라 다르다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거비가 2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교통비도 택시가 제일 비싸고 버스·철도도 비싸기 때문에 승용차가 필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단기 관광객은 렌트도 하지만 사서 쓰고 끝나면 팔기도 하는데 그 절차가 간단하다는 것이다.  비싼 것이 주거비만도 아니었다. 대체로 사막 건조기후라 강수량이 부족하여 물값이 어림잡아 우리 3∼4배가 되는 듯했다. 그 대신 공기는 맑고 깨끗해 세차도 1년에 두 번이면 깨끗하단다. 공기와 함께 울창한 수목도 부러움 중의 하나였다. 사람과 나무가 한데 어울려 살고 있음이 수목은 집들을 보고, 집은 수목들을 보고 왜 우리와 함께 사느냐는, 마치 영유권 분쟁이라도 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보다 더 호주(好酒)하는 사위는 끼니때마다 맥주를 먹고 내게는 와인을 내놓는다. 왜 비싼 와인이냐고 했더니 소주는 더 비싸다고 하며 다음날 1만2천 원이나 하는 소주를 사와 놀라고 말았다. 한국 여행객들이 특히 동남아에 갈 땐 소주를 갖고 간다는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요식 값도 마찬가지. 아리랑 간판 한국식당은 비싸서 아예 가지도 않으며 자장면도 1만 원이었다. 그 자장면은 물론 한국 것과는 다르게 거의 `요리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환율 문제가 있어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피부에 닿을 수밖에 없음을 어찌하겠는가. 다만, 임금수준이 우리는 시급 3∼4천 원인데 비해 여긴 1만5천 원 선임을 비교하면 조금 이해가 되리라.  우리가 잘 살아보자고 노력할 때, 그때 시대의 산물 영화 8도강산이 있었다. 8남매가 사는 8도에 부모가 크게는 국가 기간산업을, 작게는 잘 사는 자식 못사는 자식들을 직접 보려는 전국투어인데 자식들 사는 모습에서의 희비를 그렸다. 오늘에 와서는 정치적 시각의 비판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대체로 시대극으로선 성공작이었다고 했던 일이다.  여기 체재 중 외식, 관광 등 모든 것에서 그 영화를 연상케 했으며 무슨 핑계만 있으면 지인을 부르고 요식의 다문화 체험이라며 월남쌈, 멕시코쌈, 이태리요리까지 먹게 했다. 그 쌈이라는 것 우리 상추쌈하고는 전혀 다른, 고기 야채 치즈 버터 소스 등으로 먹거리의 총합이었다. 우리 전래의 12첩 반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인 부르는 날은 한바탕 왁자지껄 잔치판이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너무 과용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대체로 클 때부터 씀씀이가 큰 애였기에 우려와 안도가 반반이었다. 혹시나 과시용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됨도 사실이었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면 내가 `얼뜨기`가 되고 말 것인가?  짧은 기간이지만 교통, 문화차이 등 보고 느낀 것 한두 가지는 있다. 교차로 상에 정차하는 차를 본 일이 없으며 신호등이 설치된 건널목에는 통행인 우선의 버튼 설치, 신호등 없는 곳엔 행인이 미안할 정도로 아예 멀찌감치서 차가 기다리는 것 등 사람우선 정책이 눈에 띄었다. 또 승용차 안에서는 8세 미만은 카시트에, 유아는 부스터에 앉혀야 하는 규칙도 있었다.  어느 날 뒤에서 자전거가 오는 줄도 모르고 걷다가 내가 먼저 비켜 줬더니 그걸 그렇게 고마워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찌리링`부터 하고 보는 성미 급한 우리와는 판이한 대조였다. 얘들이, 이 나라에선 그래도 우리 한국인이 준법이나 도덕성에서는 우위라고 한다니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민족이 다문화를 가지고 함께 사는 이 나라지만 언어소통 때문인지 좀체 맞닥뜨릴 일이 없었다. 어쩌다 통행규칙을 잘 몰라 길에서 슬쩍 부딪치기만 해도 그들이 먼저 `쇼리` 하고 나도 덩달아 쇼리로 대꾸하는 것이 소통의 전부였다. 그런데 서양 요식집 둘리(Dooley)에 간 날이었다. 어떤 동서양의 경계인 같은 사람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고 가벼운 포옹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럴 때 어눌하게라도 대꾸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나도 얼떨결에 댕큐만 했다. 옆에선 사위가 `터키인이, 한국과 월드컵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혈맹국이라며 반갑다는 인사`라고 통역을 하는 것이다. 그리 싫지 않는 그 말에서 그 사람 못지않은 즐거움을 갖게 했으며 잊었던 월드컵 3∼4위전을 떠올리게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것도 소통이라면 소통이었다.  이번 주말은 2000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시드니 주경기장을 가자는 것이다. 제일 먼저 나를 맞은 것은, 원주민(에버리진) 출신 캐시 프리먼(Cathy Freeman) 기념물이 설치된 광장이었다. 그는 여자육상 400m 우승을 하여 원주민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백인이 이 나라에 들어올 때 투쟁하던 한 부족장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광활한 땅을 가진 나라답게 모든 경기장이 한데 모여 있어 도보로 그냥 지나치기만 하려도 며칠은 걸릴 것같이 드문드문, 주경기장을 비롯하여 부속 건물들이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딜 가나 울창한 숲, 호수는 있기에 과자부스러기로 물고기, 오리, 백조 그리고 최고령인 나와 함께 간 세 살짜리 최연소 아이가 지인들 모두와 함께 놀이 삼매경에 빠지는 시간도 가졌다.  백조! 백조는 희기 때문에 백조인데 검은 백조도 있단다. 바로 이 호수에 있었다. 검은 백조(Black Swan)? 어째 좀 어감이…. 귀납법의 오류를 지적할 때 제일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이 `검은 백조`라고 딸아이가 일러주어 나의 잡학이 또 하나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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