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잘 안다
밑화장부터 정성들여 한 것
반대 순으로 지우는 일
되풀이 하면서 하는 것 못지 않게
지우는 일 쉽지 않다는 것
크린싱크림으로 완전히
닦아낸 다음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진 피부, 본연의 모습
나를 얽어매는 것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것
그 여자는 잘 안다
만나는 일 못지않게
헤어지는 일 쉽지 않은 것
그 여자는 잘 안다
어느 날엔가 찾아올
쓸쓸함 견디기 위해
날마다 화장 지우며
잊어버리는 연습하는
슬픔을 모르는 듯 얼굴에
웃음 띠는 그 여자
눈가에 잔주름 두 볼에
기미 드러나더라도
내일 다시 칠할 립스틱 색깔
어떤 것일는지 오늘 알 수 없는
화장 지우고 더러 아쉬워하며
오늘도 그리움 하나씩 지워가고 있는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