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경복궁 강녕전에서 세종대왕 자 태 봉안의식과 태 항아리를 태봉지로 운반하는 봉출의식 및 안태사 행렬(장태지로 이동하는 퍼레이드) 등 일련의 왕자 태 봉안의식이 광화문에서 세종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장엄하고 화려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일기는 불순했지만 주말을 맞아 서울 중심가에 나들이 나온 시민에게 본 행사는 귀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필자도 바쁜 일정 중이었지만 비를 맞으면서 왕실의 의궤에 따라 진행되는 세태(洗胎; 태아와 함께 출산된 태반을 깨끗하게 씻는 것)와 안치(安置; 세태한 태를 궁궐에 잘 보관하는 것), 길일의 추택(태를 묻을 장소가 결정되면 묻을 날짜를 결정하는 행사)을 참관했으며, 우리 성주 김항곤 군수는 생명존중문화 선포 등 광화문에서 행해지는 퍼레이드에 주체적으로 활동했다.
성주에서 함께 올라오신 200여 명의 유지들과 출향 향우들 모두 감동스러운 마음으로 행렬에 동참했으며, 그 뒤 존경하는 고향 선배이신 남주 선생이 그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신 감동도 읽었다.
나는 이 행사를 금년으로 두 번째 경험했다. 처음은 2008년 4월 16일 같은 장소인 경복궁 강녕전에서 행했을 때였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시 성주 군수였던 이창우 군수가 서울 한복판 경복궁 강녕전 단상에서 당당하게 봉안의식 재현을 선포하는 인사말씀이 있었을 때 출향한 성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아직도 그대로 기억에 남아있다.(그때는 올해와 달리 광화문 퍼레이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한 감동을 지역의 큰 자랑으로 오래오래 이어가기 위해서 필자는 본 행사의 형식을 뜻있게 다듬어서『강릉 단오제』(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처럼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피력한 바 있었다.(2008년 4월 29일자 성주신문 참조) 사실은 금년에도 여러 가지 일정이 바빴던 와중이지만 기어코 참관하고자 했던 것은, 세종대왕 자 태 봉안의식을 중요 무형문화재로, 더 나아가 세계문화 유산으로의 등재 등 발전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왕실의 왕자 태(胎)봉안의식 절차는 다음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진다.
첫째 단계는 세태(洗胎)와 안치(安置)행사이고 이어서 길일의 추택 등 순서로 이어진다.
둘째 단계는 봉출의식과 안태사 행렬로 보여지는데 이것은 태 항아리의 가마를 장태지(태를 묻을 장소)를 향해 이동하는 행사로 경건하고도 화려한 안태사의 행렬이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단계는 태봉지에 도착하면 경상감사의 정중한 영접 행사와 엄숙한 장태의식(태를 묻는 행사)이라 하겠다.
이렇게 봤을 때, 첫 단계의 세태와 안치 행사는 경복궁 강녕전에서 행하고, 둘째 단계의 봉출의식 역시 강녕전에서 행하되, 경복궁을 출발한 안태사 일행의 장태지 까지 오는 동안에 일어났을 의식 및 행사로 봐야하겠고
셋째 단계 태봉지(藏胎地; 태를 묻을 장소)에서 행하는 장태의식(태를 묻는 행사)은 경상감사의 영접 행사로 시작해서 성주 태봉에서 행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세 단계를 합쳐서 의궤에 충실하되 현실에 맞게 각색을 해서 극적인 모습으로 재현을 해야만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즉 세태의식으로 시작해서 장태의식으로 이어져 일관적인 행사로 마감되었을 때 생명존중사상의 고취를 위한, 이른바 스토리가 있는 문화 행사로서 완결적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서울에서는 광화문 퍼레이드로 끝을 내고 성주에서는 태봉지에서의 장태의식으로 끝을 맺는 각각의 행사로 진행된다면, 생명존중사상의 고취라는 역사적 의미를 극대화시키고 참신한 문화행사로서 정착시킬 수 있는 내용적 형식적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향 성주가 가진, 세계유일의 값진 문화유산을 다만 태실이란 국가사적 제444호로만 보존해서는 안 되고 이 유적을, 요즘말로 스토리가 있는 사적(史蹟)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성주인이 담당해야할 문화시민으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왜 이와 같이 성주인의 몫을 강조하는가 하면, 이번 행사에서 볼 때, 서울시가 생각하는 것이 우리 성주가 바라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생각이라 잘못 이해되고 있는 점도 있겠지만 서울시에서 만든 홍보자료를 보면 뜻밖에도 이번 행사는 `문화재청의 후원을 받아서 예문관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주최`하는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서울시가 본 행사를 자체의 독립행사로서 행하는 것 같은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는 의아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종대왕 자 태실 태 봉안의식`에서 세태의식과 봉출하는 안태사 일행의 퍼레이드는 우리 성주와는 전혀 관계없는 서울시 주최 행사가 되고, 우리 성주군은 영접 행사에서부터 장태의식 만을 주최·주관하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했을 때 각각의 행사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또 받아서 좋을 것인지 몹시 아쉽게 느껴졌다.
생명존중사상을 중요 내용으로 담은, 세종대왕 자 태 봉안의식이 경복궁 강녕전이 소재한 서울과 장태지인 태실(국가 사적 제444호)을 가진 우리 성주가 각각으로 행사를 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협의해서 명실공히 하나로 묶어 스토리가 있는 봉안의식으로 오늘에 맞게 업그레이드 시켜야만 하지 않을까.
우리 성주가 아니,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태실이 인류가 추구하는 생명존중문화의 창달을 위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등재를 추진함에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성주와 서울시가 힘을 합쳐 작업을 시작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