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칠십 세까지 사는 일은 자고로 드문 일(人生七十古來稀)이라고 해서 칠순 잔치를 거창하게 치렀다고 한다. 물론 그 비용은 자손들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는 칠순 때 자식 자랑을 겸해서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나이가 일흔일곱이 되는 해를 희수(喜壽)라고 해서 한국 나이로 일흔일곱이 되는 해 생일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더 거창한 생일잔치를 `희수연`이라는 이름으로 치르기 시작했다.
나는 1934년생으로 나의 희수는 금년 즉 2010년 10월 12일에 맞이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같은 1934년생인데 벌써 지난 2009년에 희수연을 개최한 사람도 있다. 가정 형편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런 개인적 내지 가정적 행사를 조금은 소홀히 하는 편이다. 즉 환갑이나 칠순 잔치도 따로 하지 않았고 금혼식도 그냥 넘겼는가 하면 금년에는 희수연도 생략할 생각으로 있다. 다만 금년 4월 20일에 우리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게 되면 오신 분들에게 이러한 경위를 말씀드리고 모든 개인적 행사를 생략한 것은 이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정성껏 치르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하리라.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이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만은 정성스럽게 최대한의 성의를 다하여 알맹이 있는 행사로 치를 생각이다. 우선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문집 전 3권을 발행할 계획으로 지금 편집과 교정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제1권 목운문화재단 10년사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제2권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논문집-동물생명공학의 오늘과 내일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제3권 목운(牧雲) 한인규 이사장의 자전적 에세이집 `인생은 구름처럼`을 발간할 예정이다. 오시는 손님들에게 이 한 질의 책과 조그마한 선물을 담아 드리려고 한다. 또한 오시는 분들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하여 초청장에는 축하 화환이나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의 문구도 담을 것이다. 행사는 정시에 시작하여 영상으로 우리 재단 10년의 발자취를 먼저 소개하고 특별공로패 수여와 시상식 순서로 진행한다. 행사를 시작할 정시가 조금 지나면 참석한 내빈을 소개하고 몇 분의 내빈 축사와 이사장의 답사로 이어진 후 만찬을 즐기려고 한다.
나도 다른 동갑내기들처럼 금년에 희수연을 거행하여 집사람과 가족 자랑 그리고 몇몇 친지들에게 축사를 부탁하여 나를 한껏 치켜세우게 하고 칭찬도 많이 듣고 싶다. 그러나 이 희수연은 자연스럽게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로 녹아 들어가 버리고 별도의 행사는 안 하기로 한 것이 자랑스럽다.
마침 이 글을 쓰는 날이 감독관청인 농림부로부터 우리 재단의 설립 허가를 받은 날이어서 나의 희수연 얘기보다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얘기가 더 길었는지 모르겠다. 어떻든 우리 재단이 나의 희수연보다 더 오래 장수하면서 나눔과 봉사의 기능을 잘 수행하게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나의 시력이 약화될 대로 약화되어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조차도 감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4월 20일 재단 창립 기념행사를 거행할 때까지만 이 정도의 시력이라도 유지되었으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 될는지.(2010.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