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귀국 2주를 앞두고 2박3일 주말여행 저비스 베이(Jervis Bay)를 왔다. 하이웨이 2시간, 하늘도 덮어버린 숲속길 2시간을 달려온 이곳, 입구에 선 할리데이 카티지(Holliday Cottage)라는 입간판으로 이곳이 주말 휴양시설임을 알게 했다.  가뜩이나 넓은 땅 적은 인구의 이 나라, 취락지보다 더욱 한적하여 이름 모를 새들의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지저귐과 꽤나 요란스런 매미소리만 정적을 깰 뿐 듬성듬성 여유롭게 터잡은 시설들에서, 휴식과 재충전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했다. 우리 일행 10여 명이 묶는 집과 서너 집 건너 한 집만이 투숙객이 있을 뿐, 카티지(소형주택)라는 어의가 의미하듯 우리나라 주말이나 시즌의 대규모 콘도 같은 시설은 아니었다.  귀중한 시간 잠만 잘 수 없어 새벽 산책길을 나서니 일단의 캥거루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유럽인이 처음 이 대륙에 와서, 두 발이 달렸고 배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동물(有袋類)이 신기해서 저게 뭐냐고 물었을 때 그때 나온 대답이 캥거루였는데 그 말은 원주민어로 "나도 모른다"였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이다.  그 캥거루에게 혹시 할큄을 당할 수도 있다하여 조심하며 근접하렸더니 이놈들이 그 특유의 겅중 걸음으로 오히려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우리가 뒷걸음질 하면 또 따라오고 하여 집 마당까지 들어오는 것이 꼭, 우리는 놈들을 더 가까이 보려 하고 놈들은 동양에서 온 진객을 좀 더 자세히 보자는 모양 같이 되었다. 놈들에 비친 우리가 정말로 진객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야생이 더러 차에 치인 것도 보였지만 이놈들은 사육인지 야생인지 물어볼래야 물을 사람도 없었고 우리로서는 알 길도 없었다.  다음 날 가본 머레이 비치(Murray Beach) 해수욕장, 크지는 않았지만 물이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었다. 얕은 곳은 수정, 조금 깊은 곳은 비취, 더 깊은 곳은 에메랄드의 삼색바다라고 딴은 그렇게 말했지만 언어의 유희이고 어휘의 빈곤일 뿐이었다. 아무나 와서 그냥 퍼먹어도 된다는 유혹이 일 정도였다. 진부(陳腐)하지만 인천앞바다--사이다--컵이 연결되었다. 이 정도여야 청정해역이라 하는 것인가?  깨끗한 것은 물만이 아니었다. 우윳빛 모래는 너무 고와 마치 미숫가루와 같았고 눈을 밟는 것 같은 뽀드득 소리가 났다. 너무 신기해 하니 그 이유를 얘들은 설명을 해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또 새벽에 나와 쳐다본 하늘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서 이곳 하늘이 낮아졌다고 했듯 이마에 닿아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런 하늘을 두고 은가루, 아니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놨다고 하면 너무 뻔한 표현일까? 그렇게 많은 별이 그렇게 반짝이는 하늘을 이전에는 본 일이 없다. 어린 시절 여름밤 마당에 누워 별똥별을 세고 네 별 내 별 하던 때의 그런 별은 정녕 아니었다. 전기도 없던 때 선명도가 지금보다 높았다고 해도 이 하늘과는 결코 비교가 되지는 않았다.  남반구의 낭만과 풍광의 대명사인 남십자성! 주저리주저리 전설이 서렸을 것 같은 남십자성! 시인·묵객이 완상했을 신비의 별 남십자성! 이 나라 국기에 상징물로 오를 만큼인 남십자성, 그 성군(星群)이 있는 밤하늘이 바로 여기 하늘이었다. 하도 별이 많아 잘못 짚으면 가짜를 진짜로 오인할 정도라고 하니 이 하늘의 찬란한 야경을 짐작할 만하지 않는가. 실제로 가짜 십자성을 그려놓은 성좌도로 초보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안내 책자가 있을 정도였다. 만약 지구 양극의 극광(오로라)을 이곳서 볼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2박을 하고 돌아오는 날 해안도로를 타고 오다가 블로우 홀(Blow Hole)이라는, 바닷물이 분수처럼 어찌 보면 검붉은 화마처럼 솟구치는 곳을 봤다. 노도는 억겁을 부딪치며 바위 뚫어 터널 만들고 터널은 천정을 뚫었으니 홀이라는 노도의 탈출구를 만들었구나! 그래도 못다 푼 원한은 격렬히 부딪쳐 포말 만들고 포말은 제 몸 부수어 길길이 솟구치니 끓어 끓어 응어리진 한은 운무 되어 빈 하늘을 비상하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가련한 파도이어니….  그날따라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지만 그 바다의 경이적 자연현상에 옷 젖는 것도 몰랐다. 원더풀이라 엄지 치켜들고 소리쳤더니 옆에 선 백인이 배리굿이라 화답하는 것이었다. `들은 영어`로 멋지게 써먹은 것이다.  저번 본 블루마운틴이 원경이라면 블로우 홀은 손에 잡힐 듯이 가장 가까이 서서, 아스라이 수직으로 내려다 본 근경이었다. 켜켜이 쌓아논 떡시루의 옆얼굴 같은 바위 층, 칼로 자른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톱으로 썬 자국은 더욱 아니었다. `자연`이라는 명장(名匠)이 조물주의 하청을 받아 혼을 담아 손으로 뜯어낸 조각품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디 못이 박히고 찢기어 피맺힌 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장인정신으로 예술혼을 불살랐으리라!
최종편집:2025-05-21 오후 0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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