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성주중 성민현(3년) 모
새학기를 맞으면 아이들과 부모들은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일까 제일 궁금하고 관심이 높은 부분이다. 특히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중3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 교육에 따라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고 생각한다.
3학년인 우리 아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외치며 "우리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야. 요즘 아이들 표현을 빌리면 까도남 선생님이셔"라면서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내심 속으로는 잘 됐다고 했지만 아들에게는 나름 쿨한 엄마로서, 아들과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그러냐고 힘들겠다고 표현해 주었다.
신학기 후 며칠이 지나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학원을 그만 두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이유를 물었더니 "스스로 공부를 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자라면서 예의 바르고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아들이어서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혀 아들과 대화를 시도하자 "공부가 인생에 다는 아니잖아요" 하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궈 버렸다. 그 자리에서 10분 쯤 멍한 상태에서 아들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눈물과 화가 엉켜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어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울고 나니 아들 또한 미안함이 있었던지 "엄마 죄송해요"라며 말을 걸어 왔다. 화가 나서 대꾸조차 해 주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에도 아들과 난 한마디 대화도 하지 않고 아침밥만 챙겨주고 등교하는 모습도 보지 않고 학교에 보냈다. 하루 종일 내내 마음이 언짢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가야 할 지 공부에 대한 무게감을 너무 실어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고 아팠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날 저녁도 아들과 나는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엄마랑 대화가 안 된다며 큰소리치며 달려드는 아이에게 나 또한 상처 주는 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들은 화가 난다며 주먹을 바닥에 치며 "제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하며 큰소리로 대들자, 보다 못한 아빠가 중재에 나섰다.
아이와 아빠가 밖에서 한참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며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은 어느새 진로며 인생을 계획하는 단어를 쓰는데 엄마인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수준으로 대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어 스스로 반성을 했다.
하지만 아들과 난 며칠이 지나도 대화가 풀어지지 않았다. 그 일 이후 학교에 용무가 생겨서 가게 되었는데, 마침 담임선생님과 마주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민현이 어머니 저랑 상담 좀 하고 가시죠"라고 말씀하셨다. 내심 요새 아이와 감정이 정리가 안 된 상태라 아이가 큰 잘못을 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3학년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담임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는 너무 놀랐다. "내 아이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했던 마음과 함께 울컥하고 가슴 속에서 짠한 감동이 일었다. 학기 초라서 아이들 파악도 다 못하셨을텐데 선생님께서 사춘기 홍역을 치르는 제자를 알아보신 것이다. "어머니와 제가 잘 지켜보자"고 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새삼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담임선생님 자신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바쁘고 분주했을텐데 아이에게 삼촌처럼 다가가 방황의 기로에 선 제자를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이끄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지금도 아들은 사춘기가 진행 중이지만 담임선생님 덕택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면서 원하는 대로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할뿐만 아니라 밝고 자신감 있게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성주중학교 3-4반 장기룡 선생님을 비롯해 전국 학교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선생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