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과 배움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이 드디어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달 22일 성주도서관에서 제1회 `내고장 소개 영어 구연 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대회는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팀이 `내고장 성주 인·물적 문화재 자연환경 이해하고 사랑하기, 관광성주 홍보 요원화 하기, 생활영어 활용기회 확대하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경연을 펼쳤다. 이 대회에서 전교생이 24명에 불과한 지방초등학교(교장 장성호)에서 4명이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방초는 `All about seongju chamoe` 라는 주제를 가지고 신지(5년), 정준성(5년), 여수진(4년), 신준(3년)학생이 참가했다. 다른 학교는 대부분 고학년으로 이뤄진 반면에 지방초는 저학년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24명밖에 없는 전교생으로 인해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로만 뽑을 수도 없었고, 고학년이 많지 않아 고학년으로 구성하기도 힘들었다는 김준현 교사는 "학교의 전사적 도움으로 인해 은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특별했다. 작은 농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모두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수상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이번 영어구연대회를 직접 이끈 김준현 교사를 만나 이번 대회 준비와 관련해 지방초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학습법과 동시에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은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우선 너무 기분이 좋다. 장성호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들이 함께 기뻐해줘서 기분이 좋고, 무엇보다 고생한 아이들이 상을 받음으로써 실망하지 않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어서 기쁘다. 특히 교사로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봐서 더 행복하다.
▲대회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됐나?
-우선 학교에서 교장선생님 뿐만 아니라 교사, 부모님 등 모두 전사적 도움을 주셨다.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아이들 연기를 몇 번이고 봐줬고, 교무부장님께서 아이들의 연기지도에 도움을 줬다. 뿐만 아니라 미술선생님이 직접 pop제작을 하고, 부모님들 또한 박스 등 연극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를 구해줬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도움을 줘서 우리가 은상을 받은 것 같다.
▲교육관은?
-지금까지 여기 지방초에 오기 전까지는 계속 담임을 맡았다. 여기서 영어 전담 교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담임을 하지 않았는데 학급운영에 있어서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항상 아이들에게 카르페디엠을 강조했다. 이것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라틴어이다. 나는 항상 아이들이 학교를 올 때 즐거웠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 학급을 만들고 싶다.
▲지방초만의 특징은?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다보니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 유대관계가 매우 강하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거의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올해부터 우리학교가 방과후 시범학교로 지정돼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그래서 더 교사들과 학생들의 관계가 친밀한 것 같다.
▲대회 후 아이들이 변한 점이 있나?
-대회를 통해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직접적으로 향상되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상으로 인해 보람과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참여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 이번에 대회에 참가했던 아이들의 경우 대회를 통한 수상과 더불어 정보과학대회에서 신지가 금상을 받았고, 여수진이 은상을 받았다. 다양한 분야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그것을 통해 아이들의 자신감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지방초로 오면서 교장선생님께 예산을 부탁해 영어인증제를 도입했다. 영어인증제의 경우는 아이들의 궁극적인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영어를 포함해 모든 공부는 기초실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3~6학년의 영어 교재를 엮어서 100개 의사소통 대화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10급부터 1급까지 학생들에게 등급을 준다. 예를 들어 3개를 외우고 쓰는 것까지 가능하면 10급, 6개는 9급을 준다. 이렇게 해서 1급을 받기 위해서는 100개의 문장과 대화를 다 외우면 1급을 주는 것이다. 공교롭게 이번 대회에 나간 아이들이 현재 9급부터 높게는 7급까지 속해있다. 학년에 제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고학년이라고 해서 등급이 높진 않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영어골든벨을 시행해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경쟁과 재미를 동시에 줌으로써 궁극적인 실력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번 대회는 누구 한 사람이 잘해서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가장 위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장선생님의 공이 컸다.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대단히 커, 교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현재 우리학교 분위기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교장선생님께서 먼저 솔선수범의 자세가 뭔지 보여줘 교사를 포함해 학생들 또한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장선생님을 통해 우리학교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모든 부분에 의욕적으로 지원해 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방초의 앞날이 밝다. 그리고 항상 열심히 해주는 우리 학생들 너무 수고했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다른 교사들과 함께 열심히 하겠다.
◆프로필 △1971년 대구 출생 △대구교대, 계명대 교육대학원 졸업 △영어수업개선 도대회 교육감 표창 등 다수 △부인과 1남 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