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0. 1. 26) 성주신문에 `한자공부`란 제목으로 등재했는데 오늘 또 우리가 한자공부를 꼭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작년에도 국제한자문화학술회에 참석하고 돌아와 감수된 바를 발표했는데 이번에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초청으로 지난 6월 7일 국회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자교육기본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하고 너무도 감회가 깊어 또 필을 들게 되었다.
이번 공청회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대표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하여 이번 공청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실로 전 국민이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이 시대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한자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박절한가를 최근 현 정부에 촉구한 사실들을 보면, 첫째로 생존한 역대 국무총리 전원(21명)이 한자교육을 건의한 일이고, 둘째로 역대 교육부장관 13명이 건의한 일이요, 셋째는 교과부의 지시로 교육평가원에서 1년의 시간을 거쳐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89%가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찬성한 일이요, 넷째로는 안동 유림을 중심으로 만인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실시를 간곡히 청원한 일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시간만 지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연고로 이번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공청회와 천만인 서명운동으로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국회한민족평화통일부의 사장 김성곤 의원은 개회사에서 "우리말의 상당수는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서는 한자어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성균관대 이면학 교수는 학생들이 한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바로 쓰지도 못하는 형상들을 보고 "한자교육 없는 40여 년 한글전용의 결과 사회 전 분야에서 한자표기 오류가 생기게 됐다." 고 주장하였다. 컴퓨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약 16만여 개의 어휘 가운데 70% 이상이 한자로 됐고, 그 대부분이 동음이의어(同音異意語)인 만큼 한자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 이교수의 주장이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 이사장은 "한자는 중국의 북방민족 그 중에서도 동이족(東夷族)이 만들었다"는 중국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동이족이 우리민족의 조상이라는 것은 중국사서에 기록된 사실이라면서 한자는 우리국자(國字)이며 이를 차용(借用)문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국어기본법이 올바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영산선학대학교 이준석 교수는 `심장`이라는 한자어에 대해 `염통`이라는 고유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염통`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고유어와 한자어가 어우러질 때만이 올바른 국어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은 과거 이른바 한자문화권에 속했던 나라이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달랐으나 공통의 문자가 있었기에 의사소통은 물론 학자 및 문인들 간의 교류도 활발했었다. 한자공부는 단순히 과거를 공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동아시아 사회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확보하고 각 민족 간 상호 이해를 도모하며 친밀한 교류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의미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이러한 점이 당전한자교육이 여전히 중요하고 박절하며 유효한 것이다.
한자교육 쇠퇴가 한자의 몰이해를 통해 역사무지의 사맹(史盲)을 낳게 된다.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義士)를 의사(?士)로 착각하고, 산부인과 의대생은 산모의 진통(陣痛)과 진통(鎭痛)제의 진통을 한글로 동일어로 오해한다.
이런 일은 갈수록 심해 서행(西行과 徐行), 광주(光州와 廣州) 등 분별하기 어렵다. `전방 공사 중 차량 서행`이란 표시판을 보고 도대체 차가 서쪽으로 가란 말인가? 아니면 천천히 가란 말인지? 그리고 또 TV에서 자주 나오는 어휘인데 `가시거리`, `소강상태`, `낙뢰` 등등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들으면서도 잘 이해 못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성씨의 경우 `유` 씨라면 柳, 劉, 兪, 庾 중 어느 유 씨인지? `전` 씨 같은 경우 全, 田, 錢이 있고, `신` 씨도 申, 愼, 辛이 있다. `강`씨도 姜, 康, 强, 江이 있으며, `정`씨 鄭, 丁, `조`씨 趙, 曺 등 발음만 같다뿐이지 전혀 다른 성들이 아닌가. 우리는 예부터 무슨 일들이 뜻대로 잘 안될 때는 "성을 갈겠다"고 곧잘 말하기도 하는데 한글로만 `성`을 표기하면 성을 바꾸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들 집안에서는 세대를 내려가면서 돌림자(字)가 있는데 이름자만보고도 쉽게 세대를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한자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눈, 비, 좋다, 나쁘다 등과 같은 고유어만 한글로 적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한자어까지 한글로 표기하도록 한 것은 아닌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사회의 최고 지식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대학을 나온 젊은 지식인들은 우리의 고전(古典)은 말할 것도 없고 불과 3, 40년 전에 출간된 제 나라의 일반서적도 잘 읽지 못한다.
지금 우리의 교육법부터 한자(국자)와 역사를 경시하고 그보다 영어만 중시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물론 영어도 중요하고 배워야 하지만,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한다.
우리가 지금 한자교육의 부활을 단순한 언어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중대사로 보고 한자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시급히 도입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며 다시 한 번 정부에 촉구하고 싶다.(2011.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