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키가 유난히 작아서 소달구지(구루마)를 끌어도 운전수는 보이지 않고 소와 달구지만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때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농사짓고 소먹이고 굼불 때고 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언제나 우리 집 작은 머슴 역할을 도맡았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도 마다해가며 공부를 해야 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때로 밀린 공부를 하다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부모님으로부터 불호령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열망 덕에 그런 불벼락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농사짓는 머슴들이 겨울에는 십리 이십 리 떨어진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일 년 동안 집에서 땔나무를 해 와야 한다. 며칠 동안 우리 머슴이 산에 가서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아예 나무를 통째 베어서 나무판을 묶어 놓으면 23일에 한 번씩 나는 소가 끄는 달구지를 가지고 가서 그 나무 둥치를 실어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일은 다 머슴이 하는 일이지만 겨울방학 같은 때는 내가 달구지를 끌고 산에 가서 나무를 싣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벽진면 달창리나 초전면 소성동 같은 깊은 산골짜기를 다니면서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구지를 운전하는데 따로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달구지 면허가 없었으니 따로 기록이 있을 리 없지만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우리 관내에서는 최연소 달구지 운전수였음이 분명할 것이다. 이 최연소 달구지 운전수가 한번은 허리 통증으로 예정된 일정대로 달구지를 운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 가련하다! 동네방네를 다니며 대리 운전수를 찾아다니는 어린 운전수여! 이 소년에게 과연 구원의 빛이 와주기는 할는지... 가련한 소년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저 깊은 산골짜기 우리 머슴이 애타게 기다리는 그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아! 이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구슬픈 노래 소리를 따라 뭍 새들도 울어주고 이 변사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는구나!(2006. 5. 20)
최종편집:2025-05-21 오후 0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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