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순서
□ 다문화가족, 또 다른 가족형태
□ 다문화가족, 그 생활상을 들여다보다
□ 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
□ 국내 다문화가족 지원제도 및 우수사례를 살펴보다
□ 다문화가족,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 코리안 드림,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도록
앞서 보도된 제5편 `다문화가족,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에서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단위의 지원체제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며 모순과 맹점을 진단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실질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코리안 드림은 다문화가족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한국인과 다문화가족 상호간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코리안 드림의 희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한국은 시급한 언어교육의 지원 및 다문화가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다양성과 수용성이 요구되며, 다문화가족 역시 한국에 대한 빠른 적응을 위해 한국어를 습득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멀리서 온 외국인이 아니라 이웃사촌이 된 다문화가족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당당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번 최종편에서는 외국 다문화가족 지원사례 및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그들의 간절한 코리안 드림이 현실화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소위 `한국식 여성 만들기`에 참여해야 하는 현실이다. 상생을 전제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각 지자체 및 관련단체별로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 요구받는 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대개의 결혼이주여성은 `동화`라는 개념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배 결혼이주여성들의 의견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결정되기도 하고, 다문화 공교육기관에서 제안하는 방식대로 개인적인 주장 없이 따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창하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은 장기적으로 우리문화를 다채롭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이다"라는 생각과는 격차가 있다.
▶해외 다문화가족 지원제도
다문화사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처럼 비교적 동질적 문화를 가졌던 전통적인 국민국가들이 자본과 노동의 세계화에 따른 이주노동자와 낯선 문화, 그리고 새로운 종교의 유입과 함께 다문화사회의 도전에 직면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캐나다나 미국처럼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구성된 이민자의 나라였던 경우로써 이들은 상대적으로 다문화사회의 도전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사회통합의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은 의사, 간호사, 교사 등 전문직 외국인을 `영주 목적 이민`으로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반면, 비숙련 이민자들은 영국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공공 복지혜택 수혜자로서 경제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러한 외국인의 이민 수용은 가급적 기피하려 했다. 또한 이민자를 주류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포용정책을 펴고 있으며, 각종 이민자 단체와 백인 주류사회 간 교류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종교단체나 교육기관 설립도 후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19세기 중반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4년 7월 3일자 법안을 통해 가족 재결합과 정치적 망명의 경우에만 이민을 허용하고, 일반 이민자들은 본국으로의 귀환을 권장했는데, 이러한 `제한`과 `통합`이라는a 법적 잣대는 현재까지도 프랑스 이민정책을 규정짓고 있다.
일본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의 특징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정책을 주도해 온 것과는 달리,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정책적 비전과 시책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재일조선인이 다수 거주하는 가와사키시는 1988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한일 공생을 위한 후레아이칸(교류센터)을 설립했고, 1996년 조례로 외국인 시민대표자회의를 설치했다. 2000년에는 외국인을 위한 가와사키시 주택기본조례를 제정, 2005년 들어 인권존중, 사회참가 촉진, 자립지원을 기본이념으로 한 다문화공생사회 추진 지침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오사카시는 재일조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1998년 외국적주민 시책지침을 책정하고, 인권존중, 다문화사회 실현, 지역사회 참가라는 3개 목표를 책정했다.
▶`다문화가족`이란 용어에 담긴 모순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지원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한국의 문화 속에 소수의 다문화가족의 생활을 통합해 나가는 방식, 즉 동화주의에 기반을 둠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한국의 문화 속에 끌어들여서 동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다문화사회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체, 학계, 사회단체, 정치계 등 전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여 년의 짧은 기간 안에 다문화사회 진입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이주해 온 외국인 여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인도적, 윤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며, 이는 비록 의도하지 않은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다문화사회의 건설 방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양한 지원정책에 의해 도움을 받고, 인식의 개선 또한 향상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소외 받는 다문화가족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으며, 차별적인 인식 또한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방향에 걸친 이민자 사회통합정책을 적절히 활용해, 시민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다문화 감수성 함양이 필수적이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다문화 아동` 또는 `다문화 아이들`이라는 표현도 통용되고 있는데, 그 용어 자체의 의미와는 무관하게 아이들을 `일반 한국인 아동`과 구분 짓고 편가르며 따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를 한 개인을 칭하는 집합적 개념으로 사용할 경우 그것은 차별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다문화가족 아이들 전용 공부방, 다문화학교 건립 역시 그 의도의 순수성과는 무관하게 그들을 격리시키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민자를 일방적으로 `피해자` 또는 `구호대상자`로 보는 관점 역시 극복돼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타개하는 진취적인 인간이다. 이민이 사회구조적 속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 또는 그 가족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고학력 이주민 여성을 선발해 일정기간 연수과정을 거치고, 연수 후 초등학교 및 관련단체의 다문화 교육 교사로 채용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문화 교육이 각계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준별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과정 개발도 시급하다.
이상적 다문화사회 조성을 위해서는 외국인ㆍ이민자와 한국인 양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들은 한국어를 익혀야 하고, 한국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적응하려 노력해야 한다. 한국인은 인종적ㆍ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학습해야 한다. 한국을 진정한 제2의 모국으로 인정하고 코리안 드림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은 물론, 대중매체를 활용한 지속적인 범국민 의식 개혁 또한 절실하다.
다문화사회의 정착과 결혼이주여성 및 그 가족이 가지고 있는 문제 해결은 단기적으로 그들의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의 해결에 초점을 두는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안목과 사회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외의 다수 선진국들에서 거친 것처럼 중장기적인 계획과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지원제도의 기획 및 실행, 그리고 인식과 공감대의 형성을 통한 지속적인 실천이 담보돼야 성공적인 다문화사회의 진전과 사회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2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