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상다리를 붙들고
네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제법 그럴듯한 밥상을 이루었구나! -
기름기 도는 더운 쌀밥이 네 그릇
꼭 있어야 할 김치도 있고
입맛 돋구는 산나물도 한 접시
때로 일상처럼 와글와글 끓는 찌개와
흥으로 곁들이는 소주잔도 맑은 얼굴 내밀고
가끔 세 살배기 딸아이도 올라앉아 재롱을 떠는
남부러울 것도 표날 것도 없는 차림새에
달처럼 둥근 식구들이 둘러앉은 저녁
잠시라도 마음을 놓거나 한눈을 팔면
손쓸 겨를도 없이 기울어질 목숨의 텃밭,
도시의 날품으로 가꾼 위태로운 밥상을 붙들고
울컥, 뜨거운 것이 넘어오는
목구멍 너머로 밥을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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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가 고장나서 균형을 겨우 잡고 먹는 밥상이다. 고장난 상다리만큼이나 도시에서 '날품'으로 살아가는 삶이 위태롭다. 내 몸 하나 무너지면 언제 저 상위에 얹힌 찌개며 산나물 김치 같은 반찬들이 사라질지 모르는, 참 아슬아슬한 풍경......그 위에 아무 것도 모르고 재롱을 떠는 세 살 아이가 있어서 목구멍이 더욱 더워지는 시인의 밥상은, 마치 무너질 날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땀흘려 일하기만 하면 먹고사는 것이 걱정 없는 시대를 꿈꾸기에는, 아직 인간의 역사가 너무 짧은 것일까?
(배창환 ·시인·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