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기독교가 한 몫을 했다는 말이 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요? 트위터에 올려진 어떤 청년의 글이다. "나는 시내 어느 큰 교회에 10년 이상을 다녔는데, 이제 그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다. 목사님이 설교에서 `박원순은 마귀니까 그에게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회가 선거운동 하는 곳이냐?"
얼마 전 모 일간신문에 어느 대형교회 주최로 `구국기도회`를 연다는 광고가 실렸는데, 기도제목 중의 하나가 "한미FTA 찬성해 한국경제 살리자"였다. 그때 거리에서는 힘없는 노동자 농민들이 한미FTA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소금이 점점 맛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FTA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으로 국가 간의 관세장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한미FTA는 특히 서비스 및 투자 자유화는 물론 정부조달, 무역구제제도(Trade Remedy), 경쟁정책 등까지 포함하는 사실상 경제통합의 의미를 갖는데 이것은 국가의 `규제 빗장`을 푸는 것으로 국가권력을 시장에 내주자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미FTA는 또 계급 간 불평등을 고착시킬 우려가 높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2010년 국민총생산(GDP) 대비 87.9%로 살길은 수출이라고 하며, 한미FTA가 발효하게 되면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연평균 1억3천800만 달러 증가한다고 예측한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익의 공평분배 문제가 생긴다. FTA의 이익은 몇몇 수출기업에만 돌아가고 자동차, 전자 등 몇몇 대기업에 집중된다. `국익증대`라는 미명 하에 특정 초국적 자본가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는 이익이 넘쳐 흘러 국민 전체에 돌아간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6년 61.3%였던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2010년 말 기준으로 59.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실질 GDP는 끊임없이 성장해서 2010년 6.2% 증가했다. 경제는 성장해도 노동자의 상대적 소득은 하락하는, 부의 양극화의 심화를 말해준다. 정부는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한다지만, FTA는 국가권력을 시장에 넘겨주는 것인데, 국가가 할 일을 기업이 대신 해줄 리가 없다.
한편 한미FTA가 체결되면 예상되는 흑자가 지속되느냐는 것도 문제다. FTA를 하면 당연히 수출규모가 늘어나겠지만 거대 경제권과의 FTA에서는 규모가 작은 국가의 흑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말이다. 미국은 GDP가 우리나라의 14배가 넘고, 인구도 3억이 넘으며, 국토면적은 990배에 이른다. 권투에서 라이트급이 헤비급과 해보자는 것인데, 당장은 자동차, 정보기술, 전자 등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을 앞세워 미국시장을 공략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미국경제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다. FTA 체결 당사국들이 수준이 비슷하면, 그 협정을 통해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이 증대되면서 그에 참여한 나라 모두가 득이 될 확률이 높지만, 당사국들 수준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그중에 뒤처지는 나라는 경쟁으로 인한 자극을 받아 발전하기보다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도태되기 쉽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FTA 관련 뉴스에 빠지지 않는 말이 소위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ISD (Investor-State Dispute)인데, 투자자와 국가 간의 소송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정부가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우리나라 법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제분쟁위원회에 우리 정부를 제소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의 규제능력이 제한되고 특히 한미FTA의 경우 `재산권 침해`를 매우 광범하게 해석해서, 정부규제로 기대이윤이 충족되지 않는 `간접수용`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정책에 대한 제약이 더 크다는 것이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대안정책센터(CCPA)가 199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캐나다·맥시코 사이에 체결된 NAFTA 11장(ISD)에 의한 국가별 피소 및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의하면 ISD 중재 청구에서 캐나다는 28건 중 2건 패소하고, 맥시코는 19건 중 5건 패소했으나 미국은 19건 중 한 건도 패소하지 않았다. 그것은 미국의 법적·경제적 시스템이 자유무역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ISD가 각국 정부와 납세자들에게 배상금과 합의금, 중재비용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 국가 공공정책 발전과 민주주의적 절차를 훼손한다는 점, 국가의 사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 등을 중대한 결함으로 꼽고 있다.
결론적으로 "ISD는 완전 폐기하는 것이 최선의 옵션"이라며 "법치와 민주적 정부에 위협이 되는 이 조항에 대해 북미지역 3개국 정부가 고민하도록 대중적 압박(public pressure)을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점에서 교회는 누구를 위해 기도하며 무엇을 간구해야 할 것인가? 아흔아홉 마리를 두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것이 참 목자의 마음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태복음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