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성주여고 1년 "검사하라고 검찰청에 집어넣었지, 술 먹고 여자 데리고 놀라고 넣은 줄 알어!" 호통 치는 검찰총장의 우렁찬 목소리에 사고를 친 검사들은 아무 말 못하고 차려 자세로 고개만 숙여 딴 생각을 할 뿐이다. 오늘 뭐하지? 새로운 술집이 오픈했다던데. 고개를 떨어뜨리고서는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려 딴 생각을 한다. 그런 검사들을 하나하나 지켜보던 총장은 자신의 옛날을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닌 일이었지만, 언론에서 터뜨린 것이 큰 문제라 검사들에게 바락바락 화를 내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서 매장을 당하느냐, 아니냐는 여론을 만드는 것은 언론들에게 달려있다. 거기다 더해서 총장이 자진 사퇴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것도 물론 이다. "반성하라고 불렀더니 또 딴 생각해!" 자신의 화를 못 이기고는 책상위에 있던 검사들이 저지른 만행들이 고스라니 담겨 있는 아침에 나온 뜨끈한 신문을 아무나 맞아라는 식으로 던져버렸다. 그 신문은 날아가 정확히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던 강검사의 얼굴에 척하고 달라붙었다가 강검사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코에 튕겨져 나가 떨어졌다. 나름 이야기 잘 듣는 척한다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던 강검사는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속에서 욕을 삭혔다. `저놈의 총장. 내가 아버지만 아니라면 저놈을 콱`. 어린 나이에 검사가 된 강검사는 검사가 되었어도 철이 덜 든 듯 했다. 그제야 고개를 들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한 강검사는 고개를 숙여 신문에 빽빽이 적힌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출입한 검사들! 대문짝만하게 써진 큼직한 헤드라인이 강검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가 신문사 좀 어떻게 구슬려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강검사의 아버지인 강철호는 여당에서 잘나가는 국회의원이다. 그런 아버지를 방패, 혹은 무기로 삼아 사법고시를 가볍게 넘기고 결국에는 검사라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된 강검사였다. 외모도 훌륭하고 키도 훤칠하니 잘 빠졌지만, 속은 완전히 썩은 강검사는 겉만 생생한 이십대이지, 속은 완전히 비열해 빠진 더러운 짐승이었다. 아니, 짐승보다도 못하다고 해야 하나. 총장의 잔소리는 강검사의 귀에 자음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오늘도 어디에서 한 탕할까 라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꽉 채워 바깥으로 삐져나올 지경이었다. "꼴도 보기 싫으니깐, 여기서 빨리 나가!" 총장은 아무도 안 듣는다는 것을 훨씬 전에 알아차렸지만 괜한 심술에 일곱 검사들을 세워 놓고선 나오는 대로 지껄인 거다. `내 젊었을 적엔 뭔 짓을 하든 안 들켜 여기까지 왔는데 파릇한 젊은 나이에 들켜버려서는 검찰청을 뒤집어 놓는지`라는 뻔뻔한 생각에 심술이 난거다. 일곱 검사들은 그 곳을 나가자마자 일제히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검은 양복, 회색 양복, 그 중간 계열의 색을 띤 양복. 모두가 입은 옷들은 각자의 속내처럼 칙칙한 색깔뿐이다. 옥상에 발을 딛자마자 그 중에 그나마 나이가 많은 삼십대 중반의 한 검사가 재킷의 안쪽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서 하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안에 넣고 묵직한 지포라이터로 불을 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하필 재수 없게 거기에 기자가 숨어있을게 뭐람." "그러게요, 다음엔 외진 데로 갈까 싶네요." 강검사를 제외한 여섯 명은 일제히 담배를 물고 담뱃재를 툭툭 털어 날리게 했다. 공공건물은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이지만 옥상은 이미 희뿌연 연기로 가득해서 아침에 잔뜩 낀 안개를 연상하게 했다. 얼마나 연기를 뿜어 댔으면 사방이 뚫린 옥상이 이러냐 말이다. "청장이면 다야? 강검사, 아까 얼굴 맞지 않았나?" "괜찮습니다. 청장이 한두 번 그러나요, 뭐." 강검사는 아까 맞은 얼굴이 다시 또 따끔하는 듯 했다. 그래서 괜히 큼직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아까 상황을 다시 생각했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모두들 담배를 한 개비씩 잡고 주둥이에 댔다가 떼었다가 하는데 강검사는 멍하니 오늘따라 더 새파란 것 같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그와 나이가 같은 박 검사가 그의 옆에 와서는 넌지시 묻는다. "강검사, 아직도 담배를 안 해? 한 개비 줄 테니깐 해볼래?" "아니, 괜찮아. 속이 썩어서 죽고 싶진 않아." 강검사는 자신이 한 말이 엄청나게 모순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미 속은 썩고 썩어서 아주 검게 되었는데 더 이상 썩을게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모순이다. 속은 썩고 썩어서 오직 자기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에다가 사회에 봉사할 마음은 개코도 없는 그에게는 아무리 비싼 향수를 뿌려도 이미 썩은 계란의 냄새가 풀풀 난다. 먼저 들어간다는 말을 하고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던 강검사는 곰곰이 생각했다. 청장, 자기는 나만 할 때 더 더러운 짓 했으면서. 강검사의 머릿속엔 온통 그 말만이 가득 찼다. 당장이라도 청장에게 달려가 삿대질을 하며 그 말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청장에 비해 짧지만, 아니, 검찰청에서 일하는 그 누구보다 짧은 검사생활 1년 만에 이렇게 짜증나는 일은 처음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밖으로 나가서 자주 가던 술집에서 여자 두 명을 끼고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 좋아 그러는 건 불가피했다. 강검사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발로 컴퓨터 본체를 켜고 푹신한 의자에 몸이 흘러내리듯 앉았다. 할 일도 없으니 컴퓨터로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려는 심산이었다. 도대체 오늘 터진 일이 얼마나 격하게 민중들을 자극했는지 내심 궁금한 강검사였다. 하지만 의외의 기사들만이 인터넷 창을 채우고 있었다. 강검사가 한심하게 생각하는 연예계 소식들로만 인터넷이 떠들썩한 것이다. 한 남자배우와 여자 아이돌 가수와의 스캔들과 중견배우의 탈세 소식 등,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번쩍거리는 기사들이었다. 강검사는 몇 일전에 한검사가 말해주었던 것들이 문득 생각이나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알어? 연예인들 중에 탈세한 사람 더럽게 많은데 나중에 정부 같은데서 무슨 일 터지면 막으려고 일부러 아껴두는 거라던데?" 우연이겠지 하고 강검사는 머리를 두어 번 긁적이고는 다른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강검사는 퇴근할 때 까지 그 기사를 떠올리며 여러 상상들을 했다. 청장이 이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것 때문인가. 강검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비싸 편해도 편하지 않은 옷을 입고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고서는 할 일 없이 채널만 이리저리 돌린다. 한참을 돌렸을까 이제는 리모컨 버튼이 닳거나 녹아버릴 듯 뜨거워져 있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그의 아버지인 강철호가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들어왔다. 강검사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하지만, 열을 다 세기도 전에 강철호의 호통이 이층짜리 집을 당장이라도 날려버릴 듯 울려 퍼졌다. "강차윤! 너 이놈의 자식!" 그러고는 신발장 옆에 있던 골프채를 들고서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하고 강검사를 향해 한 마리의 들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아무 영문을 모르는 강검사는 그저 가죽소파에 앉아 강철호가 다가오는 것을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강철호는 도망가지 않는 강검사의 모습에 더 화가 나서는 골프채를 놓고선 그제야 본론을 이야기 한다. 그런 강철호를 강검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늙으면서 체력보강하려고 기차화통을 삶아 잡수셨나. "너 이놈의 자식. 니가 나라를 깨끗하게 만든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속는 셈치고 검찰청에 억지로 있는 빽 없는 빽 다 써서 쑤셔 넣었더니, 뭐? 나랏돈으로 술집에가? 니가 그러고도 국회의원 자식이야?" 격앙된 강철호의 목소리와는 달리 강검사는 검사답게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전 그냥 옆에 있던 겁니다." "그걸 말리든가 해야지! 이런 뻔뻔스러운 놈! 차라리 니 아비얼굴에 똥을 뿌려라!" "자식으로서 그럴 수 있나요. 도리에 어긋납니다." 강철호는 아직까지도 질풍노도의 시기의 고등학생처럼 말대꾸를 꼬박꼬박하는 강검사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다. 그렇게 도리를 지키는 놈이 나랏돈을 쓰는가. 여전히 강검사는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아 그저 강철호를 또랑또랑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철호는 자신은 강직하고 청렴한데 어디서 이런 놈이 태어났는지 궁금했다. 혹시 아내가 다른데서 아이를 배어왔을까 하고 괜히 아내 탓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무능력한 인간말종, 허섭스레기 같은 강검사나 그런 강검사를 검찰청에 억지로 집어넣어 국민들의 혈세를 쓰게 한 강철호나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아유 다들 왜 그래요, 왜 그래! 차윤아! 빨리 아버지께 잘못했다고 빌어!" 강검사의 어머니이자 강철호의 아내가 이층에서 쪼르르 내려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서 차가운 기운이 넘쳐 집을 얼려버릴 듯한 전쟁을 끝내려고 했다. 결국에는 강검사가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강철호는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강검사를 다시 부르지만 강검사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이걸로 오늘 그들의 전쟁은 강검사가 강철호를 무시하고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다. 자신의 침대에서 보기 추할정도로 편하게 누워서 고개를 살짝 들어 노트북을 하는 그의 모습은 검찰청에서 볼 수 없는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은 시시한 연예계 뉴스로만 가득차고 오늘 터진 기사는 저 구석빼기에서 부패해 가고 있는 듯했다. 출근하기 20분전, 강검사는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메고 향수를 뿌리며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차림새를 다듬었다. 행실은 더럽더라도 모습은 깨끗하게. 그만의 원칙이었다. 아침 밥상에서는 강검사와 강철호의 사이에 낀 강철호의 아내만 얼어붙을 것 같았다.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에서 오히려 기가 눌리는 건 이쪽이었다. "일은 대충 처리했으니, 이젠 니가 알아서 해라." 그리고는 강철호는 먼저 수저를 놓고 밖으로 나갔다. 강검사는 여전히 뜨거운 콩나물국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뿐이었다. 강검사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얘, 아버지한테 사과하는 게 어떠니? 니 아버지 성격 쇠고집이라서 여간해서 화 잘 안 푸는거 30년 동안 니 아버지랑 산 나 다음으로 28년 같이 산 니가 제일 많이 알잖어……." "저는 제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니 이러는 겁니다. 어머니, 그냥 조용히 지켜만 봐 주세요." 강검사의 어머니는 속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 이쪽에서도 반응이 냉담하고 저쪽에서도 반응이 냉담하니,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이 안됐다. 그런데 그 때, 시끄러운 소리가 대문 밖에서 나는 듯 했다. 강검사는 창문을 열고 대문 밖의 상황을 봤다. 대문 밖은 분노의 도가니였다. "아들을 검찰청에 끼워 넣은 몰상식한 정치인은 물러가라!" 정치관련 시민단체가 이른 아침부터 자기네들 끼리 모여서 강검사의 집에서 시위를 한다. 강검사는 곧 들어올 주민신고가 걱정스러워 손가락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의 앞에서는 강철호가 당황한 듯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곧이어 강철호의 앞으로 검은색 차가 서자, 강철호는 얼른 그 차로 몸을 숨기고 검은색 차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강검사는 그런 시민단체를 개의치도 않고 현관문을 열고 대문으로 가는 정원 길을 걸었다. `그래, 아침에는 이런 상쾌한 공기를 마셔야지`. 라고 여유롭게 생각하는 강검사다. 대문을 열자마자 깜짝 생일파티를 하듯 깜짝 놀라게 하면서 시민단체들이 강검사를 향해 분노한 듯 소리를 질렀다. "국민들 혈세 쓰고도 당신이 검사입니까!" "무능력한 검사는 당장 그만둬라!"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계란하나가 날아와 강검사의 어깨에 정확히 맞았다. 강검사의 각 잡힌 재킷의 어깨 부분에 주름이 감과 동시에 자존심도 구겨졌다. 물론, 강검사의 미간도. `아이씨, 드라이클리닝하고 오늘 처음 입는 건데!` 여전히 여유로운 그였다. 시민단체를 간단히 무시하고서 강검사는 지난해 받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산 외제차에 타고는 출발했다. 벗은 재킷을 대충 조수석에 두고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고서 그는 궁시렁 거렸다. "대충 넘기면 되지 뭘 그런 걸 갖고 그래. 이래서 무식한 서민들은 쓸모가 없다는 거야." 그러고는 검찰청을 향해 속도를 내었다. 그리고 얼마 못가서는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고, 강검사의 머리에서도 무언가가 강하게 스쳐지나갔다. 지금 저들은 나를 바꾸기 위해서 그러는 거지? 그래, 바뀌어주지.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다시, 강검사는 검찰청으로 가기 위해 속도를 내었다. 검찰청에 들어서는 강검사의 모습은 처음 들어 왔을 때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는 굳어 있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들어와서는 자신을 제외한 어제의 여섯 검사들을 불러 옥상으로 향했다. 강검사는 옥상으로 가 사고를 친 여섯 검사에게 말했다. "우리가 했던 짓을 정직하게 말합시다. 어차피 마음에 담아두면 우리만 병납니다." 갑자기 변한 강검사의 모습에 혹시 드디어 미쳤는가? 라는 생각도 했다. "강검사, 미쳤어? 지금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야?" "네, 미쳤습니다.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요." 그의 모습에 여섯 검사들은 여자에게 뺨이라도 맞은 양 멍하게 있었다. "싫으시면, 저 혼자라도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검찰청 뜨겠습니다. 나중에 제 힘으로 다시 들어올 생각입니다." 여섯 검사는 일제히 생각했다. `저 놈이 우리를 엿 먹이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먼.` 강검사는 멍해져있는 그들을 두고 검찰청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강검사는 그의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의 뒤에서 박검사가 그를 다급하게 부르며 계단을 빠르게 내려왔다. "이봐 강검사! 거기 서봐!" 강검사는 계단을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박검사를 봤다. 박검사는 그를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강검사. 자네가 그 사실을 말하게 되면, 우리는 물론이고 자네도 회생불가야. 그러니 회개하려면 그냥 이번은 자네 실수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넘어가." "그럼, 그렇게 해볼게. 그리고 다시는 나랏돈 쓰는데 날 부르지 말아줘."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빨리 들어가 업무나 하자고." 박검사는 강검사를 아이를 어르듯 달래고 달래어서 겨우 검찰청에 들어가게 했다. 그런데 그런 강검사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걸려있었다. 강검사의 집에서 저녁시간, 아직도 강철호는 강검사에게 화가 단단히 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 어제와 오늘 아침은 정말 죄송했어요. 제가 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 고아원에서 같이 봉사나 하면 어떨까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강검사의 모습에 강철호는 멍해져 있었다. 그의 아내도 물론이고. 전에 강철호가 강검사에게 양로원에 가서 봉사활동이나 하자고 했더니 강검사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모르는 노인네를 제가 왜 돕습니까? 그런 강검사가 고아원에서 봉사를 하자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그래, 니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내일이 토요일이지? 내가 오늘 봉사활동 계획을 잡을테니깐 내일 오후쯤에 가자꾸나." 토요일의 고아원, 국회의원과 검사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모여서 환영을 해준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강검사와 강철호는 아이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준다. 여러 신문사에서도 찾아와 강검사와 강철호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강검사도 자신의 생애서 제일 열심히 타인을 위해 일을 한다.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냐. 다음부턴 자주 오는 게 좋겠다." "저야 좋죠, 아버지." 그리고 다음날 기사에서는 기사가 이래 났다. `XX당 국회의원 강철호씨와 그의 아들 강차윤 검사는 어제 XX일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검찰청에서 그 기사가 난 신문을 잠깐 보던 강검사는 혼자서 큭큭 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강검사의 주위를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강검사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웃어댔다. 그 기사와 주변 인물들의 힘으로 강검사는 부부장 검사가 되었고, 그렇게 높은 직급도 아닌데 개인 작업실을 하나 얻었다. 여유롭게 일을 하던 강검사는 노크소리가 들려와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검사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검찰청의 멀리에 떨어진 곳에서 어떤 남자와 강검사가 이야기를 나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들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 홧김에 그런 일을 저질러버렸네요." "네, 잘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숫자 따라 가는 사람이라고 말씀해 두었습니다." 강검사는 하얀 봉투를 살짝 웃으며 `이왕이면 수표 한 장에 영이 일곱 개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데.......` 라는 배부른 생각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의미심장한 기사가 신문의 일면을 차지했다. `서울 XX동 살인사건 용의자 최모씨,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 강검사는 의자에 편하게 눕듯이 앉아 기울어진 의자를 삐걱거리며 몸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었다. 그는 손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살짝 비열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였다. "대한민국? 끓이기도 쉽고 속이기도 쉬운데…… 뭘 그리 어려워하는지 원." 강검사는 혼자서 박장대소를 하며 대한민국을 향해 비웃었다.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1:35:30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