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언제부터 더욱 느꼈는가를 생각해 보니, 14년 전 65세로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이어서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등 여러 나라에 여러 번 강의를 다닐 때부터인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외국 출강을 그만 둔 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강의가 그대로 계속되니, 나는 `은퇴하지 못한 은퇴교수`인가! 거기다가 국어학 국문학 관계 모임에까지 참여하지 않을 수 없으니, 나의 시간과의 전쟁은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이어갈지 모르겠다. 그러한 세월 속에 2011년도 마지막 달이 되니 연말의 감상이 없을 수 없다. 2011년이라는 한 해를 또 "보낸다"는 감상이라기보다는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어쩐지 연말의 감상이 씁쓸한 서글픔이다. 그러면서 그 역반응으로의 한 가지 증상인 듯, 나의 먼 지난 날 청소년 시절이 생각나면서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읊으며 감상했던 시구(詩句)들 중 시간과 학업에 관한 몇 편의 시가 떠올라, 그것을 나의 사랑하는 성주 중·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내가 중·고 시절에 가장 애송하며 외워서 학업 전념의 교훈적 문구로 삼았던 영국시인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e)의 `Today`라는 시이다. Today -Thomas Carlyle(1795-1881)- So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 Out of eternity this new day is born;Into eternity at night will return. Behold it aforetime no eyes ever did;So soon it forever from all eyes is hid.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 오늘 보라, 여기 또 한번 파아란 새날이 밝아온다 생각해 보라. 그대는 이 날을 헛되이 보낼 것인가? 영원 속에서 이 날은 밝아와서 밤이면 영원 속으로 돌아감이여! 아무도 그 날을 미리 본 사람이 없고 그것은 곧 모든 사람의 눈에서 사라지나니 여기 밝아오는 새로운 한 날을 생각해 보라. 그대는 정녕 그것을 헛되이 보낼 것인가? 이 시의 주제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며, 그것이 가장 적용되는 대상은 공부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임에 틀림없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 시를 정중히 써서 내 책상 정면 벽에 붙여두고 매일 새벽 일어나서 이 시구를, 마치 기독교인들이 신앙고백을 하듯이 읊고 하루의 공부를 시작하였거니와, 나는 나의 사랑하는 성주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한 내용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서 우리는 12세기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 주희(朱熹)의 권학시를 연상하게 되는 바 그것은 아래와 같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己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잠깐의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지당의 봄풀이 아직도 꿈을 깨지 못하고 있는데 집 앞 오동나무 잎에서는 벌써 가을 소리가 들리는구나 흔히 세월이 빠르다는 표현으로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라고 하고, "세월은 화살과 같다"라고도 하거니와, 흐르는 물은 시간의 계속성(무정지)을 말하고, 쏜 화살은 시간의 신속성(빠름)을 말한다. 또한 흐르는 물은 한 방향(낮은 곳)으로만 흘러가고, 쏜 화살은 돌아오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간의 불회귀성(不回歸性)을 나타낸다. 한편으로 시간이 소중하다는 표현으로는 서양인들은 "Time is money"라고 말하지만, 시간의 귀중함을 어찌 돈에다 비할 수 있을까. 돈이야 없다가도 있을 수 있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이야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도연명(陶淵明: 고대 중국의 시인, 365?-427)은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乃時當勉勵 歲月不待人"(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새벽이 다시 오지 않으니, 기회가 있을 때 부지런히 일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이라 한 것이나(영어의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과 같은 의미), 주자가 그의 십회(十悔: 열 가지 뉘우침)를 말할 때에 "少不勤學老後悔"(소년 때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라고 가르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의 사랑하는 성주 학생들이여! Carlye의 시 `Today`로 2012년의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1: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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