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감나무가
오늘은 서리 외투를 입고 서있네
누가 저 나무더러
속잎조차 다 잃어버리고
지켜야 할 것도 제대로 못 지키고
못난 삶 살았다며 나무랄 것인가
푸르던 시절
그는 자신의 젊음을 온통 다 바쳐
뿌리와 터전을 지켰고
모진 비바람 이겨내며 안간힘 쓰다가
가을이 되자 모든 것 다 떠나보내고
혼자 남지 않았던가
그 누구도
가지에 남겨진 빈 둥지를
외롭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아직 지킬 자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그 자태만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