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가야산은
흰 밀가루를 덮어쓰고 있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늦봄 열기처럼 훈훈한 가운데
참외모종이 뽀송뽀송 푸른빛을 띠며
터버럭하게 순이 터져 나온다
터버럭한 순을 두 순만 남기고 순치기를 하는데
한 순은 희망의 순, 또 한 순은 갈망의 순이었으면
자르는 한 순은 실망의 순, 또 한 순은 절망의 순이었으면
바람에 보답 받듯
참외넝쿨이 새록새록 튼실히 자라
황금빛 과실을 많A이많이 영글어주기를 기대하며
오늘 햇볕을 등지고 초벌 순치기를
두둑에 쪼그려 앉아 소망의 가위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