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급부상이 향후 국제정세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석학들은 중국은 약 20년 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며, 결국 `중국부상 미국쇠퇴` 현상은 동북아 정세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을 축으로 유지되던 세력균형(Power balance)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거대 중국과 육지와 바다로 인접한 대한민국의 압박감은 5-10년 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미동맹으로 국가안보를 지탱하던 대한민국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인데 고민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대통령 안보보좌관을 역임한 브레진스키는 우리에게 심각한 미래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한 저서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는 대한민국을 `지정학적 위험`에 빠뜨려 `한국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단하며,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지역적 패권을 받아들여 중국에 더 기대는 방안`과 `역사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방안` 중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우리가 중국에 기댄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반만년 동안 중국이 강성했던 경우 우리는 중국에 굴종(屈從)으로 연명하면서 압도적 영향 아래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의 국력이 커진 오늘날에도 그들은 소위 동북공정을 내세워 역사를 왜곡하고,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외면하며, 탈북 난민들을 강제북송하고 있다. 심지어 이어도에 대한 수역관할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에게는 붕괴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경제지원을 하면서 교묘하게 통일을 방해하고,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서로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도시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일삼는 한편 시리아 사태를 외면하고 자국 내 갈등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도대체 대국으로서의 면모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오로지 소탐(小貪)의 몰염치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우리의 가장 큰 경제교역국이라 하더라도 경제 그 이상의 종속과 영향력 확대는 결코 내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까? 우선 일본과는 국민적 감정이 내재되어 동맹관계를 맺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합심 한다고 해도 효과적인 대중국 견제가 가능할 것인가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이에 관해 브레진스키도 `미국의 지원 없이 한일이 중국에 맞설 수 있는가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이도저도 선택하기 어렵다면 해답은 미국을 현재와 같이 우리의 안보 파트너로 붙들어 두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브레진스키는 그러나 한국이 붙들고 주저앉히려 해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 하는 시대가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 정권이 전시작전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선뜻 응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브레진스키의 주장처럼 미국이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는 이유는 어디서 연유하는가?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 원인이 우리 내부에 있다고 진단하고 싶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들의 극심한 반미감정이 그들의 정서(배신감, 불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무용론 등)를 자극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일제의 식민수탈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 6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발전과 국부를 창출한데는 미국의 희생과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제 살만 해 졌다고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같이 하기보다는 작은 불편함에 감정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 요구와 빈번한 반미촛불시위, 한미FTA 반대 등을 보면서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심지어 해상운송로 보호의 전략적 가치가 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도 완공 후 미군기지화 또는 주변국 자극으로 평화를 해친다는 등의 억지를 쓰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 야당시설 반미색채가 짙었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 후에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은 늘 한국과 혈맹임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이 현재와 미래의 국익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주시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숙고해 왔다. 그런 차제에 미국조야(朝野)가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고 결론을 낸 한국의 과거 집권당이 한미FTA 협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폐기를 공식선언하고 선거쟁점화 하는 작태를 보면서 그들이 제공해온 안보적지원의 시효를 따져 본다고 해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미래의 생존방식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 한 나라가 특정국에 기대 굴종의 역사를 이어가지 않으려면 이에 맞설 강력한 동반자를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하는 것은 힘 약한 나라의 생존방식이자 국제정치의 기본이다. 60여 년 간 그 역할을 해온 미국은 지금 우리에게 `손잡고 계속 같이 갈 것인가, 아니면 손을 놓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특히 올해 집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집권야욕과 당리당략에 앞서 이에 관해 솔직하고 명확한 답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7천만 민족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미감정 표출과 주변국 눈치 보며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는 허접하고 저급한 안보논리로는 글로벌시대 국제정치 외교 경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오직 집권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리배 같은 정치집단과 그 하수인들 그리고 종북 친북세력의 과감한 퇴출만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보다 현명하고 냉정해져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