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성주중학교 전성수 교장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재학생 여러분! 금년에도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금년에는 후배 여러분들에게 `노벨상 시상식 풍경과 우리의 각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우등상을 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자랑스러운 이 상을 타게 되면 그것은 곧 자기의 학업능력을 과시하는 것이요, 우리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과학자이든 노벨상을 탈 목적으로 학자의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의 창의력 있는 우수한 연구 결과가 스웨덴과학한림원으로부터 인정되어 노벨과학상을 타게 된다면 이것은 개인 학자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 전체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스웨덴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기 시작한 지 110년 동안에 모두 60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아직 아무도 이 상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흔한 TV매체에서 조차 노벨상 시상식 광경을 중계한 일이 한 번도 없는 실정이니까요. 이것도 부끄러운 일 중의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스웨덴과학한림원장의 초청을 받고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나는 그때의 감동적이었던 시상식 풍경을 학생 여러분에게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꿈나무인 여러 학생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여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꼭 노벨과학상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후배 여러분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언젠가는 여러분이 이 시상행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비는 바입니다. 연전에 필자는 스웨덴과학한림원장으로부터 그해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물론 부부가 동행할 것을 요청하는 정중한 초청이었습니다. 우리는 시상식 이틀 전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먼저 행사장에 입고 들어갈 연미복을 대여하고 내 몸에 맞도록 손질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오후 4시 30분에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거행됩니다. 이 무렵 북구의 낮 시간은 연중 가장 짧습니다. 아침 10시경에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집니다. 따라서 오후 4시경에 노벨상 시상식장에 참석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벌써 캄캄한 초저녁이었습니다. 필자 내외는 4시 10분에 식장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콘서트홀의 단상, 단하 및 발코니는 1천500여 명의 참가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단상에는 수상자, 심사위원, 행사진행요원 및 왕과 왕의 가족들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정각 4시 30분, 왕과 왕의 가족들이 입장하자 팡파레가 울리면서 시상식은 무언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노벨재단 이사장인 S교수가 개회사를 짧게 했습니다. 그는 그 날 이른 아침 일찍 오슬로에서 개최된 바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축하하고, 근대 과학은 급속하게 국제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개회사 중반에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이 G7 국가에 편중되고 있어 발전도상 국가들과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며, 미국 한나라가 세계 과학기술개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과학기술의 R&D에 있어서 미국, 일본 및 EU 등 몇 나라의 투자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며, 최근에 이르러 중국과 한국이 그 뒤를 이어 간다는 내용의 말도 했습니다.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필자의 눈에는 왕의 입장이 무방송으로 너무나도 조용하게 이루어진 것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스웨덴 왕은 인사말 한마디 없이 단지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었습니다. 그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명, 화학상 수상자 3명, 생리의학상 수상자 3명 등 9명이 노벨과학상을 수상하였고 노벨문학상과 경제학상 수상자 3명이 배출되었습니다. 이들 수상자에게는 해당분야 심사위원장의 짧은 심사 보고가 있은 다음 각 수상자에게는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금메달과 상금이 주어졌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장면이 바뀌고 각각의 수상자가 등단할 때마다 참석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팡파레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막간으로 2∼3분 가량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계속적으로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상식은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 해에는 일본이 물리와 화학분야에서 각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사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1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자단 60명과 참가자 50명이 이 행사에 초청되었습니다. 노벨상을 일본 전역에 홍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 사람 없이 필자 내외와 중앙일보 K기자 등 3명이 초대되어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초라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주 스웨덴 일본대사관에는 과학관(science attache) 1명이 파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학술진흥회(JSPS)에서도 과학자 1명과 직원 1명을 현지에 파견하여 스웨덴과학한림원의 수상후보자 선정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어내고 또한 자국의 과학자를 홍보하는 일도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시상분야의 심사위원 명단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들을 차례 차례로 일본에 초청하여 강연을 실시하는 등 이른바 심사위원을 상대로 환심 사기 운동을 강력히 벌인다고 합니다. 필자는 우리의 국력이 이만한데도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배출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일찍 눈뜨지 못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지도자와 정부가 원망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얼마 전에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장과 노벨화학상 심사위원장을 따로따로 우리나라에 초청하여 두 나라 과학정보 교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때 이 두 심사위원장을 모시고 강연회를 실시하였는데 해당분야인 물리학과 화학분야에서 참석한 청중은 각각 50명도 채 안되었습니다. 이런 초라한 강연회에서 강연을 한 그들은 실망한 나머지 다시는 한국으로부터의 초청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우리나라 과학 분야 학술모임의 현실이 이러하거니와 이는 반드시 반성하고 시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5: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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