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밀레는 프랑스의 농부를 가장 프랑스적으로 묘사한 화가라는 평가를 받은 화가다. 농촌 출신인 그는 “일생을 통해 전원밖에 보지 못했으므로 나는 내가 본 것을 솔직하게, 그리고 되도록 능숙하게 표현하려 할 뿐이다.”고 말할 정도로 풍경 속에 있는 농부들의 모습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럿 제작했다. 풍경이 주가 되고 인물을 그리더라도 작게 점경으로 처리하던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달리 밀레는 농민을 주로 그렸다.
밀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은 황혼녁에 한 남자와 여자가 삼종기도를 올리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삼종기도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모 영보를 알리는 상황을 상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서서 기도한다.
1865년에 밀레는 “은 옛날에 할머니가 들에서 일하다가도 종이 울리면 일을 멈추고, 죽은 가엾은 이들을 위해 삼종기도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음을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이다.”라고 하여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룬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감자를 캐고 있었고, 주변에는 갈퀴와 바구니, 자루, 손수레 같은 농기구가 보인다. 화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지는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어 자연과 인간의 밀착된 관계를 강조한다. 전경에는 광활하고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기도를 올리는 한 쌍의 농부가 있고, 이들의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기념비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의 얼굴은 어두워서 자세히 볼 수 없지만, 화면의 빛은 이들의 제스처와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밀레에게 농촌은 도시와 대비되는 곳이었고, 그는 농부의 모습을 다룬 여러 작품에서 농촌과 자연의 영구함과 순수함을 강조했다.
은 원래는 부유한 미국 상인의 아들인 토머스 골드 애플턴이 1857년에 주문한 그림이지만, 그는 이를 구입하지 않았다. 이후 이 그림은 큰 인기를 얻었고, 1889년 루브르에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미예술연합에 선수를 빼앗겼다. 하지만 곧 알프레드 쇼샤가 이 그림을 다시 구입해 1910년에 프랑스 정부에 유증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명작 중 하나인 이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 같은 미술가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932년에는 한 정신 이상자에게 찢기는 수난을 당한 파란만장한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출처: 월간미술 글 황주영/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서양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