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일 년 사시절, 열두 달, 52주, 365일이 어쩌면 이처럼 빨리 지나가는지, 더욱이 고희와 희수와 산수를 지나니 그 인생 여정에 가속도가 붙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나온 긴 생애를 회상해 볼 때 지난날의 일들이 잊어버려지기는커녕 더욱 생생하게 회상되는 것은 웬 일일까? 그래서 젊음의 세월에는 미래를 내다보며 살고, 만년의 인생에는 과거를 돌이켜 보며 사는 것이 공통의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일년의 세월 중에 어떤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도 있고, 일반적인 기념일도 있으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꼭 명심하고 기억하도록 달력에 기록해 둔 날도 있는데, 그 중에서 그러한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 5월 달이다.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21일은 성년의 날 등이다. 이 여러 날 중에 언제나, 누구에게나 가장 귀한 날로 기억하고 지키는 것이 어버이날임에는 아무에게나 예외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에는 `어버이날`이 아니고 `어머니날`로만 지켜 오다가 한참 후에야 아버지들에게 섭섭하다고 해서 `아버지`를 더한 말로서의 `어버이날`로 바꾸었지만,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은 `어머니 날`(Mother`s Day)로,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Father`s Day)로 지키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어린이 날`(子供の日)은 있으나 어머니날이나 어버이날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은 고래로 유교의 남존여비 사상을 전승하여 오륜의 도덕을 말할 때도 자녀에 대한 대응관계를 말할 때는 단지 `아버지`만 언급하고 `어머니`는 전혀 나타내지 않은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단지 우리말 성경에서는 원어의 문자 그대로 `부모`(양친, Parents)라고 쓰거나, 아버지나 어머니를 따로 쓰고 있다(엡 6:1-2). 그러나 인간의 본래적인 상정으로서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정이 아버지에게서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깊고 강한 것에 틀림이 없는 것을 우리의 고려속요"사모곡"(지은이 미상) 가운데서 볼 수 있다. 이제 그 전문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문으로 요약 풀이함) 사모곡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호미도 날(이 있는 연장)이건마는 낯과 같이 (잘) 들 까닭이 없습니다 아버님도 어버이시건마는 어머님과 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습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사랑보다 어머니의 사랑이 더 간절한 것은 할머니의 사랑이 할아버지의 사랑보다 더한 것과도 같은 인지상정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아버지를 `껍데기`라고 하는 것도 그러한 면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남성적 사랑이 여성적 사랑에 미치지 못 하는 것을 아버지로서, 또 할아버지로서 분명히 경험한 지가 오래이다. 나는 어린 열네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팔순이 넘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어머니 생각을 잊어버리지 못 하고 있으며, 특별히 매년 5월의 어버이날이면 더욱 간절한 것을 어찌 할 수가 없다. 내 서재 벽에 걸린 어머니의 30대 사진을 보고는 어머니 그리운 정에 때로는 눈물짓는 동심이 되기도 한다. 층층시하에서 골몰한 시집살이에 어린 자식들에게 따뜻한 모정도 나타내지 못 하셨던 어머니, 지금 어머니를 생각하는 내 마음에는 두 가지 생각으로 한이 맺힌다. 그 한 가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남처럼 수 십년이나 오래도록 받지 못한 한이요,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한은 수 십년이나 오래도록 실컷 어머니에게 효도를 해볼 수가 없었던 한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사랑처럼 고귀한 말이 없으며, 그 사랑 중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크고 뜨거운 사랑이 어디 있을까? `사랑`과 `어머니` 이 두 낱말은 영원한 동의어가 아닌가?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5: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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