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바람의 사연 가슴에 안고
홀로 고택 지키고 계시던 어머니 손
담장 옆 왕감나무
늦가을 홍시 하나 따주시며
너 왔니 하며 내 손목 덥석 잡으시던 손
힘든 시절
부엌에서 보리밥 지을 때
쌀 한 주먹 솥바닥에 미리 깔고
그 쌀밥 우리 남매
밥그릇 바닥에만 몰래 넣어주시던 손
오랜만에
갈치조림 만들어
몸통은 모두 자식들 내어주고
머리뼈만 드시던 주름진 손
가죽나무 잎을
따서 고추 다져 놓고
장떡 만들어 주시던 그 손
인슐린 주사 맞을 때
고통 드러내지 않으려고
억지로 웃는 얼굴 가리시던
깡마른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