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바람의 사연 가슴에 안고 홀로 고택 지키고 계시던 어머니 손 담장 옆 왕감나무 늦가을 홍시 하나 따주시며 너 왔니 하며 내 손목 덥석 잡으시던 손 힘든 시절 부엌에서 보리밥 지을 때 쌀 한 주먹 솥바닥에 미리 깔고 그 쌀밥 우리 남매 밥그릇 바닥에만 몰래 넣어주시던 손 오랜만에 갈치조림 만들어 몸통은 모두 자식들 내어주고 머리뼈만 드시던 주름진 손 가죽나무 잎을 따서 고추 다져 놓고 장떡 만들어 주시던 그 손 인슐린 주사 맞을 때 고통 드러내지 않으려고 억지로 웃는 얼굴 가리시던 깡마른 손
최종편집:2025-05-22 오후 05: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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