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과 학동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을 배우고 익히는 서당의 풍경이다. 긴 댕기머리의 앳된 소년들은 각자 무릎 앞에 책을 펼쳤고, 그들 가운데 위치한 스승은 탁상 건너편의 제자와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제지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탁자 옆에 회초리가 있을뿐더러, 스승께 등을 돌인 어린 제자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낸다. 이미 호된 꾸지람을 들은 모양이다. 막상 스승도 제자의 울음이 무척 안쓰럽기만 하다.  그러나 주위의 학동들은 이들과는 다른 입장이다. 동학이 겪은 스승의 꾸지람이 고소한 듯 마냥 즐겁기만 하고, 심지어 한 동무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느라 애쓴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소박한 배움터의 일상과 해학, 김홍도의 유명한 걸작인 에 수록된 서당이다.  "단원은 어릴 적부터 그림을 공부하여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인물, 산수, 신선, 불화, 꽃과 과일, 새와 벌레, 물고기와 게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묘품(妙品)에 해당되어 옛사람과 비교할지라도 그와 대항할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신선과 화조를 잘하여 그것만 가지고도 한 세대를 울리며 후대에까지 전하기에 충분했다. 또 우리나라 인물과 풍속을 잘 그려내어 공부하는 선비, 시장에 가는 장사꾼, 나그네, 규방, 농부, 누에치는 여자, 이중으로 된 가옥, 겹으로 난 문, 거친 산, 들의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를 꼭 닮게 그려서 모양이 틀리는 것이 없으니 옛적에는 이런 솜씨는 없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대체로 천과 종이에 그려진 것을 보고 배우고 익혀서 공력을 쌓아야 비로소 비슷하게 할 수 있는데, 단원은 독창적으로 스스로 알아내어 교묘하게 자연의 조화를 빼앗을 수 있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이는 천부적인 소질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고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글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김홍도는 스무 살 이전에 이미 도화서 화원이 되어 있었던 듯하다. 1765년 영조가 71세가 되어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는 망팔(望八)에 이른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고 이를 위해 병풍을 만들었는데, 당시 스물한 살에 불과한 김홍도가 그 그림을 그렸다는 기록이 전한다. 갓 스물을 넘긴 나이로 임금의 큰 잔치 그림을 홀로 그렸다는 것은 당대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인물의 생동감 있는 묘사와 각 장면의 극적인 구성이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풍속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하는 백성들이다. 대장간에서 연장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장인들, 밭을 갈고 꼴을 베는 사람, 물을 긷고 빨래하는 사람, 장사하는 상인들의 모습 등 서민들의 정서와 삶에 밀착된 그림들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글 윤희진 / 역사저술가 / 출처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최종편집:2025-07-08 오후 04: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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