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조선일보 제1면에는 우리 한국인에게 부끄러운 한 가지 기사가 났는데, 그것은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적한 우리말의 잘못에 관한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이다.
표제는 "일본군 위안부 명칭은 잘못, `일본군 성노예`로 표현하라"이다.
신문에서는 "클린턴 미 국무 이례적 지적"이라고 했지만, 결코 이례적 지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필자가 이미 10년 전부터 수차 지상으로 지적한 바이요, 필자가 한 권의 책 안에 실어 출판한 것만 하더라도 거의 3년 전의 일이다(도서출판 경진문화). 필자가 바로잡기 우리말 101가지란 표제로 책을 내면서 그 첫 항목의 첫 제목으로 거론한 것이 바로 `종군위안부`에 관한 것으로서, 이 말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15∼17세 정도의 어린 소녀를 강제 징용해서(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처녀공출`이라 하기도 했다) 일본군 병사의 성행위 상대가 되게 강요당한 것인데, 이 말은 일본이 자신들의 비인도적인 만행을 세 가지 거짓말로 정당화하고자 한 것으로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도저히 그 말을 그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종군`이란 말은 군에 자진해서 따라가는 것인데 강제로 끌려갔으니 거짓말이요, 둘째로 `위안`이라는 말은 성행위를 강요당해서 갔으니 거짓말이요, 셋째로 `부`(婦)란 말은 성인(成人)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니 그것도 거짓말이다.
이렇게 세 가지 거짓말로 자기들의 비인도적인 악행을 정당화한 것인데 그것을 우리가 같이 쓰고 있으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말에 대한 대안으로서 필자가 제시한 것은 `강제징용녀`인데, 영어로는 "Japanese army sex slave"이나 `노예`(slave)라는 말이 너무 가혹한 표현이라서 `강제징용녀`라고 한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는 한 고위간부가 `일본군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말을 쓰는데 대해 클린턴 장관이 그 잘못을 지적하면서 `Japanese army sex slave`라고 쓰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일제(日帝)가 자기정당화를 위해서 쓴 말로는 그 외에도 `을사보호조약` `한일합방` `대동아전쟁` 등도 있다.
1905년에 일제의 강요에 의해 성립된 소위 을사보호조약은 대등한 국가 간의 자유의사로 맺어진 조약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므로 `늑약`(勒約)이 옳으며, 1910년의 합방도 일본의 일방적인 강요에 못 이겨 당했으므로 성립될 수 없는 조약이었다. 또한 `대동아전쟁`이란 군국주의 일본이 서양 강대국의 동양진출에 맞서서 소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운 것이었다.
필자는 우리말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 왔거니와, 중요한 말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이 잘못 쓰고 있는 말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그 시정을 위하여 노력을 해왔으나 아직도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소한으로 101가지를 들어 책으로 내었으나 그것으로는 시정되기가 쉽지 않으며, 모든 언론매체 방송매체가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모든 전철 기차 비행기의 승무원의 방송에서는 `승객`(passenger)을 `고객`(customer)으로 잘못 쓰고, 전철역에는 `승객서비스센터`라고 할 것을 `고객서비스센터`라고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례를 든 `종군위안부`와 같이 말을 잘못함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