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산중턱에서 산 아래 바라보면
거대한 배는 먹빛 바다 속으로
어느덧 빨강 초록 네온불
발 아래 세속은 저리도 화려한 빛
달빛조차 거부하는 오솔길엔
솔바람도 잠들었고
법당의 예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산 속 세상은 무덤 안처럼 고요하다
진흙탕 속 흐느적대는 육신
언제나 산중을 갈망하면서도
세속의 연 잊지 못하는 행자승 같이
밤마다 고뇌는 이슬로 내려
풀잎에 방울방울 맺히고
산위에서도 산 아랫마을
불빛 그리운 마음
시름시름 병들어 간다
어둠이 실날 같은 오솔길마저
삼키도록 미타찰*에 온 듯
바위에 걸터앉아 명멸하는
저 도시 아련한 불빛
말없이 바라본다
정녕 그대는 이 저녁
어느 불빛 속에서 빛나고 있나
* 미타찰- 환생하는 땅(불교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