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은 끝났지만 8월의 한여름 밤은 즐거웠다. 우리민족은 활을 잘 다루는 기마민족으로 조선시대에는 무과의 시험과목에 활쏘기가 있었고 평시에는 심신 단련의 수단으로 사용하였으며 양궁은 우리 민족이 우수한 DNA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나 양궁은 한국이 종주국도 아니고 역사는 40년의 짧고 척박한 양궁의 환경을 가진 나라다. 이에 전 세계의 양궁을 석권한 국가대표 감독의 탁월한 리더쉽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원칙을 지킨다. 양궁을 잘 하는 선수를 키우기보다는 선수다운 선수를 양성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엄격한 도덕성, 신뢰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 이 세 가지가 그가 세운 원칙을 지키는 기본이다. 선수를 만들기 이전에 사람을 먼저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 된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며 감독은 감독다워야 한다. 또한 선수는 선수다워야 하겠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다움을 가르치고 선수와 내가 가장 기본을 지켜나가는 인간이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둘째 부정적 생각에서 긍정적 마인드로 생각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으로 전환하는 훈련의 아젠다를 만든다.
나는 (동료000, 상사나 후배 000)가 가장 싫다. 나는 (어떤 행동,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싫다. 나는 ( )이(가) 항상 잘 안 되거나 약점이다. 나는 ( )을 할 때 가장 불안하다.
위의 사항을 기입하게 한 후 나에게 가장 치명적이거나 현재 나에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게 한다. 스스로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적게 한다. 이것을 매일 혹은 일주일 단위로 반복해서 적게 한다. 이렇게 해서 동료들 간의 마인드 변화를 만들어 냈다. 내 동료와 선배 후배를 믿고 격려하는 것이 승리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전쟁에 나간 병사가 전우를 못 믿고 지휘관을 믿지 못 한다면 필패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임이 자명하다.
세 번째로 혹독한 훈련이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만들기 이전에 활을 잘 쏠 수 있는 마음과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담력과 집중력 훈련을 먼저 했다. 선수들을 이끌고 세계에서 높다고 이름난 번지 점프는 모두 다 뛰어 내렸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점프는 항상 감독이 먼저 뛰어 내린다. 뒷이야기이지만 메달 따는 순서는 번지 점프를 먼저 뛰어내린 순서로 메달을 따더라는 후일담을 들었다. 실제로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선수들이 먼저 뛰어 내리고 그 후 남자들이 뛰어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양궁이 여자선수가 남자보다 더 센가보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군 특수훈련을 남녀 공히 받게 했다. 기초체력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군 특수훈련은 승부근성을 만들어 낸다. 또한 양궁에 있어서 집중력은 매우 중요한 훈련 과목이다. 우리나라 양궁선수가 사선에 서면 많은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고 교란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늘 우리 선수들은 세계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경기장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표적을 공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훈련장으로 채택한 것이다.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한쪽에서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요란한 야구 경기장에서 활을 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기발한 발상이다. 관중들의 야유가 더 세졌다. "쟤네들 뭐야~ 야구장에 와서 활을 쏘고 00들이야~" 페트병도 날아 들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집중해야하는 훈련은 적중했다.
네 번째로 `독하게 훈련하라` 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일상의 훈련을 마치는 오후 8시까지 한사람에 900발의 화살을 표적을 향해 날린다. 그러나 결국 국제대회에 나가도 마지막 1위 다툼은 우리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이들은 10시 취침의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일과가 끝나고 선수들은 금메달을 향한 집념을 다시 사선에 올라가 활을 쏘기 시작한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경쟁자를 뒤로 할 수 있는 것은 지독한 연습밖엔 왕도가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결국 올림픽을 나가기 전까지 한 선수가 평균 하루에 쏘는 화살 수는 1000발 정도를 매일 쏘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이들이 쏘는 화살 수는 140만발 정도가 되는 셈이다. 자기 자신에 독해지고 훈련을 통해 상대에게 독해져야 메달이 희미하게 보이는 법이다.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임을 명심하라.
다섯 번째의 리더쉽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국제양궁의 판도는 대한민국 타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경기규정도 매번 바뀐다. 방콕 아시안 게임 때는 동일국가 선수가 한 종목에서 1~3위를 차지할 경우 동메달은 그 다음 순위 국가 선수에게 준다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 규정으로 한국 양궁선수들은 성적을 잘 내고도 동메달을 다른 나라에 양보하고 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것까지도 예측할 수 있어야 지도자라고 생각한 감독은 국제 양궁계의 움직임과 정보를 탐색하느라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우군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악조건을 만들어 내는 세계양궁위원회의 규정을 역이용해 메달을 휩쓸고 있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다. 길은 달라도 다 정상으로 통하는 루트들이다. 그런데 자기가 오르는 루트가 가장 옳다고 고집하면 결국 히말라야에 올라갈 수가 없게 된다.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산이 바뀐 게 아니라 생각을 바꾼 결과다.`
여섯 번째로 내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감독은 공부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은 무조건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은 수첩에 메모해 둔다.
우리나라는 지방에 경기장이 많아서 전국대회가 지방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숙소로 모텔을 이용하는 때가 있다. 모텔은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불빛이 너무 어둡다. 그래서 감독은 독서의 장소로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 흔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책도 잘 안 읽고 무식하다는 편견을 깨야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따라온다. 책을 많이 읽는 지도자는 선수들의 믿음도 함께 따라 오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리더쉽은 기다림이다. 번지점프를 할 때도 빨리 뛰라고 재촉하거나 무서워서 뛰어 내리지 않는 선수를 호통 친 적이 없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나에게는 위기인 것을 깨닫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에 처하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그 순간을 기다려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감을 갖게 해주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저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권위가 아닌 믿음으로 명령이 아닌 기다림으로 강제가 아닌 스스로를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쉽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의 빛나는 리더쉽이 오늘날 양궁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올려 놓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감독의 리더쉽은 양궁과 같은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나 기업의 CEO, 군대의 지휘관들에게도 훌륭한 롤 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공부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따라하다, 흉내내다 라는 뜻이 나온다. 이 글을 읽는 본인이 아주 작은 조직이라도 이끌고 있는 지도자라면 감독을 따라 해 보고 흉내내 봄직하다. 금메달 참외도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