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창을 하나 더 내고 싶어
고민한 적 있었지요
남쪽을 주장하는 풍수와
경치 좋은 정원 쪽이 좋겠다는 인테리어 전문가
하지만 나는 내 고향 쪽으로
창문을 둥글게 내어 달라고 했습니다
호미로 참외밭 한참 골을 내고
낫으로 벤 풀에서 더러는
잘린 노린재며 송충이가 꿈틀
저무는 하루를 지게에 짊어질 때
마구간 황소의 하품이 정겹던 성주
베어진 풀들이 거름이 될 때
한때 떠난 사람들조차도
짙은 참외꽃 향기에 와르르 되돌아오는
숨결인 듯 못 잊을
내 고향 성주
나는 이제 새로 낸 창가에
누군가 와서 따먹어도 좋을
두 손 듬뿍 참외 향에 적셔도 좋을
눈물 맛, 가난 맛 참외넝쿨을 올리렵니다
이웃 참새들 노래하다
와서 가끔 마른 목 축여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