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명은
일평생 방황한 것
극형만 겨우 면하고
결국 종신유배 되고 말았다
낙동강변 빈 집에 위리안치*되었다
다행히 천극*더하지 않아
아직은 푸른 하늘 바라볼 수 있으니
늦은 밤 사기대접에 찰랑이는
달빛 들이킬 수 있으니
인간의 법정에서
아무도 심판하지 않았건만
스스로 유배된 내 죄는
자로도 저울로도 측량치 못하고
명경같은 저 하늘 아래
죄 없는 자 그 누구더냐
유배지에서도 깊은 밤
저 멀리 강 건너에서
글썽이는 불빛 그리운 마음
백 년 전 지은 집 대청마루에
남루한 육신 남겨두고
혼은 밤마다 저자거리 서성인다
혼이 자유로운 나는 결코 유배되지 않았다
혼마저 유배 시키지 못하나
*위리안치 : 유배된 죄인의 집에 일체 사람의 근접을 막음
*천극 : 위리안치 된 죄인의 집 담장과 지붕에 가시덤불을 올려 하늘조차 바라볼 수 없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