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봄 어느 날, 유타주립대학교가 있던 로건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침 부활절 휴가가 며칠간 계속되고 있어서 공부하는 일로 밤낮을 모르고 지내던 날 같은 유학생에게도 모처럼 편지를 쓸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내가 쓴 편지를 부치려고 유타주립대학교 학생회관 내에 있는 구내 우체국에 당도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친구에게 부치려고 썼던 그 편지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곳 라운지에 앉아서 다시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썼다. 우체국에 가서 그 편지를 부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후 밀린 숙제며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열흘쯤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밤에 그 친구로부터 시외전화가 걸려 왔다. 피차의 안부를 묻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느냐는 등, 한국으로부터의 소식에는 어떤 것이 있느냐 등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그 친구가 나더러 왜 같은 내용의 편지를 그것도 같은 날 두 장씩이나 부쳤느냐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잃어버렸던 그 편지를 어떤 친절한 미국학생이 주워서 내 대신 편지를 발송해 준 것이 분명했다. 참으로 친절한 백성의 아름다운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우리는 미국사람들을 세계 일등 국민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다. 과연 지금의 미국사람들이 50년 전의 미국사람과 비슷한 친절한 성품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지금의 미국사람들은 왠지 사납고 불친절하게 보일 뿐 아니라 매사에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것 같다. 이런 일이 연전에 발생한 이슬람교도들의 테러사태 때문일까? 아니면 미국사람들도 이제는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탓일까? 근년에 미국 여행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미국 공항에서의 지나칠 정도의 안전 검색에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국제선 여객에 대한 입국심사에서는 양 손가락의 지문을 채취하는가 하면 얼굴 사진까지 찍는다. 국내선 탑승수속 때도 까다롭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미국인 승객들은 잘도 참아낸다. 미국에서 비행기 타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은 범죄율이 높다는 것의 한 반증일 것이다. 그런 것만 보아도 1960년대 내가 미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보다 안 좋아진 건 분명해 보인다. 일찍 유학을 다녀올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2006. 8. 30).
최종편집:2025-07-08 오후 04: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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