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존 거던(John Gurdon)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되었다. 노벨상위원회는 동물 체세포 핵 이식 기술 개발의 초석을 놓고 생명파괴 및 윤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iPS)세포 개발에 기여한 업적으로 이 두 사람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유도만능줄기(induced Pluripotent Stem)세포란 사람의 피부세포처럼 분화가 이미 끝난 성인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는 등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서, 수정란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분화되기 전과 같은 상태로 역분화(되돌림)시킴으로써 모든 장기로 분화 가능하게 만들어진 세포이다. 2006년 야마나카 교수는 먼저 줄기세포에서만 특이하게 또는 다량으로 발현되는 유전자 중에서 24개를 골라 다시 이 중에서 역분화에 필수적인 유전자 4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4개의 유전자를 처음에는 생쥐의 피부세포에 집어넣어 iPS세포를 만들어냈다. 그 다음에는 사람의 피부세포를 같은 방법으로 역분화시켜 역시 iPS세포를 만들었다. 역분화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배아복제 기술에 비해 윤리적으로 자유롭다는 점과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거던 교수는 복제의 미래를 연 인물이다. 그는 1962년 세포의 분화과정을 되돌리는 역분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개구리의 난세포의 성숙하지 않은 세포핵을 성숙한 세포의 핵으로 교체, 이를 올챙이로 탄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생명의 신기원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 체세포 복제핵이식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과학자의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영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두 사람이 수많은 실패에 좌절했고, 그 좌절이야말로 성공의 아버지임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거던은 일반적인 시각에선 비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아이였다. 8세 때 지능지수(IQ)검사에서 형편없이 낮은 점수가 나왔다. 거던 교수는 "오렌지를 그리라는 문제에 남들처럼 동그란 과일을 그리지 않고, 줄기에 매달린 모습을 그려서 그게 문제가 된 모양이라고 했다. 이튼스쿨에 진학해서도 과학 지진아였다. 16세 때 생물과목 성적표는 250명 중 250등이었다. 당시 생물교사는 거던의 성적표에 막말을 퍼부었다. "성적이 엉망입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상태로 판단하자면 정말 터무니없는(quite ridiculous) 생각입니다. 본인 자신이나 그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 모두에게 그야말로 시간낭비만 될 것입니다(would be sheer waste of time). 별수 없이 거던은 그가 잘하던 고전문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리하여 옥스퍼드대에 지원했는데 면접관이 고전문학 전공으로는 합격이 어렵다면서, 그가 과학자가 되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마침 미달이었던 동물학과로 지원서를 돌려주었다. 그 후 10여 년 만에 최초로 개구리 복제에 성공해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여든을 앞둔 그는 지금도 63년 전에 받은 성적표를 끼워놓은 액자를 책상 위에 세워두고 있다. 한때 자신을 절망케 했던 말이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준 셈이다. 야마나카 교수도 자신의 연구자 인생을 "실패만 겹쳐 20여 년 동안 계속 울고만 싶어지는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자평했다. 고베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 오사카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로 있을 때 수술이 서툴러서 남들이 30분이면 하는 수술을 2시간이나 걸렸다. 이로 인해 `야마나카`가 아니라 `쟈마(방해)나카`라는 별명이 붙었다. 결국 정형외과 의사를 포기한 그는 연구자로 방향을 돌렸다. 바로 오사카시립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약리학을 배운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그래스턴 연구소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쥐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시작, iPS세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96년 일본으로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쥐 돌보기`였다. 야마나카의 별명도 쥐 우는 소리에 빗대어 `야마찍`으로 바뀌었다. 3년간 지루하게 같은 일만 하던 그는 결국 심한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야마나카는 마지막 도전으로 나라첨단과학시술대학원 조교수 공모에 응모해서 뽑혔다. 2004년에 교토대로 옮긴 그는 2년 후에 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iPS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난 인류가 건강·장수하도록 하는 게 꿈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결코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홉 번 실패하지 않으면 한 번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벨상 수상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노벨상은 과학영재만이 받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평범한 과학자가 받는다는 것과 실패와 좌절에서 창의적인 연구가 싹튼다는 것, 꼴찌에게도 수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 말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좌절은 성공의 아버지다.(2012. 10. 19)
최종편집:2025-05-23 오후 05: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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