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속은 비움으로써 속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릇이 속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본래 있던 속을 비워 냄으로써 속을 가진 것이다. 만약 그릇이 속을 비우지 않았다면 그냥 하나의 나무토막이거나 어떤 덩어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 덩어리가 속을 비워 냄으로써 비로소 본래의 속 대신 다른 속, 즉 무엇이든 담아 가질 수 있는 속을 가지게 되어 그릇이 된 것이다. 그런 자기 비움의 과정이 없었다면 어찌 나무토막이나 흙덩어리, 쇳덩어리와 같은 것이 그릇이 되고 용기가 되었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비우지 않고는 속을 가질 수가 없고 넉넉한 속이 없는 사람은 그릇으로 쓰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