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입동(立冬)을 지나 날씨는 쌀쌀하고 벌써 첫눈도 오고 기온도 영하로 뚝 떨어져서 옷깃을 여미게 하고 몸이 절로 움츠리게 되는데 TV를 켜거나 신문을 펴면 온통 대통령 선거얘기뿐이니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나라 전체가 후끈 후끈하다. 여당후보가 어딜 가서 누굴 만나 무슨 말을 했다던지 야당 후보 두 사람이 단일화를 위해 협상을 하다가 중단 되었다느니 각 후보 캠프에서 내는 대변인의 성명서 싸움과 신경전들도 점입가경이다. 이번 대선은 전과는 달리 특이한 것은 여당후보는 일찌감치 결정되었는데 여성후보로서 전직대통령의 딸이라는 점과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인물이고 야당 쪽에서는 전직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정치신인인 셈인데 제미 있는 것은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는 대학교수 출신으로 젊은 유권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업고 출마했는데 세 사람이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뒤치락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고 과연 누가 당선될지는 하늘만 아실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선열기 못지않은 선거열기가 뜨거운 곳이 바로 인사동이다. 23대 미술협회 이사장을 내년 초에 선출하는데 여기도 세 명이 출마를 해서 저마다 본인이 적임자라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두 후보는 전에 한번 나왔다가 낙마를 하고 다시 재출마하는 것이고 또 한 후보는 현 집행부의 상임이사 출신으로 나이도 제일 어리고 첫 출마이다. 기호 1번인 이범헌 후보는 충청도 출신으로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한동안 미술협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비교적 미술행정에 밝은 수재형 인물이다. 홍대 출신이 미협 이사장 자리를 거의 차지하고 있다가 20대 선거에서 지방대 출신이며 현 예총회장인 하철경 후보에게 빼앗겼다가(?) 그 이후 두 번이나 다시 홍대 출신 이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번에도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젊고 패기가 넘치는 이 후보는 아직 미혼으로 미술인들만을 위해 부담 없이 열심히 뛰겠노라고 한다. 21대 이사장 선거에서 노재순 후보에게 진 이후 외신상담 하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재출마한 김일해 후보는 기호 2번이다. 영남 출신(영남대 사범대학)의 서양화가로서 중후한 외모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다. 화려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필치의 표현주의적인 작품세계로 소위 인기작가의 반열에 서 있는 작가이고 특히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하고 어느 전시회 뒤풀이 장소에서 들은 그의 노래실력은 전문가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하긴 조카가 가수 김태욱 (탤런트 채시라의 남편)인 것만 봐도 예인으로서의 다재다능한 유전자를 가진 집안인가 보다. 승리의 뒤풀이장에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기호 3번으로 지난 22대 선거에 나섰다가 현 차대영 이사장에게 아깝게 석패한 조강훈 후보는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비장한 각오로 재출마한 인물이다. 호남 출신의 서양화가(조선대 서양화과)로 경기도 미술협회 지회장을 역임하고 큰 뜻을 품고 3만 미술인의 지도자의 자리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이번에 재도전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주로 소(牛)를 주제로 해서 작품을 하는데 후보 본인도 마치 소처럼 우직하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런 모습이다. 전업작가로 매일 출근해서 미협 일에만 전념하겠노라고 하던 3년 전 모습이 선하다. 이번에 조후보가 어떤 소의 그림을 그릴지 기대가 된다. 나 자신도 이사장 선거에 이겨서 집행부에 참여해 보기도하고 내가 밀던 후보가 떨어져서 아픔을 맛보기도 해봤지만 미협 선거를 치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사장 선출의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선거비용이다. 여기서 천문학적이라는 액수는 기존 정치권에서 쓰는 선거자금과는 게임이 안 되는 적은 돈이지만 가난한 미술인들 입장에서는 큰 액수라는 뜻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후보등록하기 전까지 경쟁하듯 보내는 화환값도 상당액이 지출되고 사무실경비니 식대니 해서 들어가는 자금이 만만치가 않을 것이고 후보는 물론 선거 참모들의 출혈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선거기간동안 적이 되어서 싸우다가 선거가 끝나고서도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세 후보 쪽에서 문자와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온다. 이번 선거에는 아무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세 군데에서 다들 도와달라는 요청이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한 후보 캠프의 한국화 본부장을 맡으면서 공약과 정책발표 등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보고자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관망하는 자세로 서 있기로 했다. 이순의 나이가 지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지고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남은 생을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잡다한 현실문제에 손을 떼고 싶어진 것이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는가 하겠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나름대로 용을 쓰고 있는데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것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새롭게 출발하려면 지금의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객관적인 입장에서 선거판을 바라보다 보니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 들어서 보는 것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 안에 있다 보면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게 된다. 다 우리 편 같고 꼭 이길 것 같다. 복싱선수가 자기가 맞은 것은 생각 않고 때린 것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인들의 마음을 누가 잘 읽는가 하는 것이다. 너무나 힘든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희망을 잃은 지가 오래다. 그런 미술인들의 상처를 누가 잘 치유해 줄 적임자인지 미술인들이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은 막대한 선거비용과 미술인들이 이쪽저쪽 편이 갈려서 싸우면서 치루는 너무나 문제가 많은 직접선거를 폐지하고 간접 선거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총회장 선거같이 대의원이 투표하는 제도도 있고 미술협회 안에 원로원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추대 형식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은 어떨까? 어떤 제도이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내년 1월 6일 미술인들은 어떤 사람을 3만 미술인의 심부름꾼으로 선택할지 모르지만 대선과 맞물려서 치러지는 미술협회 이사장 선거가 끝까지 공정하고 깨끗하게 세 후보가 페어플레이하기 바라고 이번에야말로 침체된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새 지도자가 꼭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종편집:2025-07-04 오후 05:32:53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