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막걸리 집
추수 끝난 논
참새떼 몰리고
바람 부는 거리
낙엽은 길 가장자리로 몰리고
주머니 가볍고
쓸쓸한 이들
시장 안 할매 막걸리 집에 몰린다
막걸리 한 병 천오백 원
배추 시래기국 한 공기가
전부인 곳
아직 어둠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고향집 찾듯 와서
막걸리 한 잔으로 육신의 허기와
삶의 갈증 해소하며
고적함 달래는 이들
이런 무렵이면 언제나
갈 곳 잃은 나 또한
사람들 틈에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우두먼히*
그저 우두먼히 앉아있는
초겨울 저녁때
*우두먼히 : 미당의 시 `플라워 다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