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향의 문화예술을 위한 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을 위하여 연구하던 중 영국 런던 워커 미술관에 `충성`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알게 되었다. 이 그림은 `콘트러`라는 사람이 그린 것으로 번영을 누리던 폼페이에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도시 전체가 용암과 화산재에 완전히 묻혀 버린 광경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다. 그림 `충성`이 배경이 된 폼페이(Pompeii)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만(灣) 연안에 있던 고대 항구도시다. 농업·상업 중심지로 번창했으며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 성황을 이뤘다. 제정 로마 초기에 전성기를 맞은 폼페이는 고대 도시로서는 규모가 상당히 컸으며 인구는 2∼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성주의 인구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폼페이는 A.D.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2천 명의 주민이 사망했고, 2∼3m 두께의 화산력(火山礫)과 화산재가 시가지를 덮어 폼페이는 역사 속으로 묻혀 버렸다.
이후 발굴을 통해 폼페이는 상당히 쾌락적이고 향락적인 도시생활을 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로마 사회와 화산 대폭발로 인한 공포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한 형상이 있었으니, 이는 화산의 폭발로 폐허가 된 폼페이 발굴 때 그 모습을 드러낸 용암으로 응고되어 있는 `창을 든 보초병`이었다.
"하늘에서 화산재와 불이 폼페이 성 안에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기 위해 성문 밖으로 밀려 나가기에 온통 아수라장이 돼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성문을 지키는 군인 한 사람이 성문 곁에 서서 전혀 동요 없이 보초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 그림의 주인공입니다. 이 사람은 로마 군인으로서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자신에게 부여된 보초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냥 그렇게 서서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의 제목을 충성이라고 정했습니다."라고 미술관 관계자의 작품 설명이다.
화산 폭발로 폼페이가 최후의 날을 맞았을 때 만약 여러분이 폼페이 시(市)를 지키는 보초병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검붉은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내려 당신을 삼켜 버리려고 하지만 철수 명령이 날 때까지 오직 보초 임무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된다면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답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용암이 삼켜 버린 폼페이에 창을 든 보초병의 화석이 1748년께 발견됐다. 그리고 그 화석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한 그림 이야기이다.
당시 발굴된 폼페이 시민들은 뜨거운 용암이 쏟아져 내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극도의 공포에 질려 살려고 거세게 발버둥친 흔적이 역력했으나 그 보초병은 전혀 달랐다.
창을 든 자세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얼굴에서도 공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발견된 지점으로 보아 근무 초소에서 끝내 이탈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다 용암에 뒤덮인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오늘날 로마 사람들은 최후까지 자신의 맡은 경계 근무를 수행하다 끝내 화석이 된 이 보초병의 부동의 자세를 군인정신의 화신으로 평가하며 귀중한 유물로 보존해 오고 있다. 폼페이 보초병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다 죽은 모습은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 바가 크다.
당시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명령에 따르는 군인들의 투철한 임무 수행 정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한편으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이때 조국의 부름에 당당하고 성실하게 응하고 나아가 현역병으로 자원입대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는 희망의 등불이다. 이 땅의 파수꾼으로 부름 받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아들 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장하고 고맙다. 너희들의 우직한 충성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튼튼해지고 미래는 창대하리라.
계급보다 군복을 사랑한 용사
적 앞에 비겁하지 않았듯이
상관 앞에 비굴하지 않았던 전사
그러나 명령에 죽고 살았던
구원의 무인상
폼페이 최후의 날 그 투창병이여!
가슴에 품은 웅지는
알렉산더와 징기스칸을 합한 것보다
더 컸건만
묵묵히 초병의 현실을 감수하면서
때의 이르지 못함을 한탄하던 영웅
밀어덮치듯 광란하는 용암 앞에
장창 움켜잡고, 두 눈 부릅뜬 채
우뚝 버티고 서서
멋진 제복의 껍데기들을 조소하며
죽음과 자존심을 맞바꾸었던
아 폼페이 최후의 날 그 투창병이여 !
베수비오 화산의 분노만큼이나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그를 떠나도
그녀에 대한 사랑 변할 줄 몰랐던
아 폼페이 최후의 날 그 투창병
침묵의 사랑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