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닷가에서
한 해 마지막달 일요일
안식일을 거룩하게 보내라는
천상의 主님 말씀 아랑곳없이
한 쪽담 헐어 문을 낸
바닷가 어느 어촌 가게에서
지상의 酒님과 마주앉아있다
찢어지고 때 묻어 잘 뵈지 않는
완행버스 시간표처럼
언제나 안개에 젖어있는
내 인생의 시간표
유리창 밖 펼쳐진
겨울바다 바라보면
젊은 날에의 향수와
사랑의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들이
하얗게 하얗게 밀려와 부서지는데
상처도 추억이 되는가
그립고 아쉬운 마음 어쩌지 못해
연거푸 들이키는 서느런 막걸리*
몇 번이고 다시 데운
배추 된장국
짭짤한 인생의 맛 음미하며
그날 네 뒷모습 바라보듯
애절한 눈빛을 하고
겨울바다 바라본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비애와 함께
*연거푸 들이키는 서느런 막걸리 : 김종길 시인의 시 酒店日暮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