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해롤드 블룸필드의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악성 췌장암으로 앞으로 길어야 5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가 아버지의 병상을 찾아갔을 때 마침 아버지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겪고 계시는 고통에 대해 깊이 느끼고 있어요. 아버지의 병은 그동안 아버지께 거리를 두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제가 진정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어요." 그는 몸을 기울여 아버지를 껴안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어깨와 두 팔은 잔뜩 긴장한 채 굳어 있었다.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아버지를 껴안고 싶어요." 그 순간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와 아버지 사이에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가 껴안을 수 있도록 좀 더 앉아 있어줄 것을 부탁하면서 다시 한 번 껴안아봤다. 그러나 아버지는 앞서보다 더욱 긴장했다. 그는 전에 느꼈던 분노의 감정이 가슴속에 다시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난 이렇게 할 필요 없어. 아버지가 나에게 차가운 감정을 가진 채 세상을 떠나길 원한다면 그렇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해 동안 그는 아버지의 고지식하고 완고한 것을 이유로 아버지에게 분노의 감정을 품어왔다. 아버지는 항상 독일식이었고, 자신의 의무에만 충실했다. 부자간에 그토록 거리가 생긴 것에 대해 그는 늘 아버지를 비난해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는 아버지에 대한 과거의 감정을 씻고 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좀 더 가까이 오세요, 아버지, 팔을 저에게 둘러보세요." 아버지가 팔을 두를 수 있도록 몸을 숙였다. "이제 꼭 껴안아보세요." 아버지가 아들을 껴안는 순간 어떤 굉장한 일이 일어났다. `저는 아버지를 정말로 사랑해요` 하는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나간 여러 해 동안 그들은 늘 차갑고 형식적인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순간적으로 강한 친밀감 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무언가가 아버지의 상체를 긴장하게 만들어 이내 그들의 포옹은 어색하고 낯선 것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그 긴장된 자세를 버리는 데는 그로부터 몇 달이 걸렸다. 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번 포옹을 시도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차츰 자신의 감정을 실어 두 팔로 아들을 껴안았다. 수없이 아버지를 껴안는 시도를 한 끝에 마침내 아버지가 먼저 아들을 껴안기 시작했다. 결국 평생에 걸친 습관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200번째의 포옹이 있은 다음 아버지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너를 사랑한다." 아버지한테서 들은 최초의 애정 표현이었다.
내가 출강하는 교육대학원에 다니는 한 학생의 고백이다. "대학원 첫 학기에 교육심리학 교수님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을 찾아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그 결과를 리포트로 작성해 내라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우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생들에게 뭐 이런 시시한 숙제를 내주나,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말을 해야 할 대상도 없다고 생각했고, 또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양심이 자꾸 말했습니다. `너는 그 숙제를 꼭 해야 한다.` 사실 저는 3년 전에 아버지와 어떤 문제로 심하게 다투었고, 그 후 아버지에 대한 저의 감정이 풀리지 않은 채 그냥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을 아버지께 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에 제가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전화기를 집어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퇴근길에 찾아가 뵙겠다고요. 아버지는 왜 그러느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셨지만 이미 저의 가슴은 벅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가 멈칫하시는 듯 보이더니만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 두 팔을 벌려 저를 껴안고 `나도 너를 많이 사랑한다`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셨습니다.…그런데 이틀 뒤에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쓰러지셔서 입원하신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이 일로 저는 너무도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각나면 그때 바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말라. 기회란 무제약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오늘 하라. 오늘만이 나의 것이요, 내일은 그의 날도 나의 날도 아닐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톨스토이).
생각나는 사람 있으면 지금 빨리 서둘러 찾아가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 후회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