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이 점차 혼미해지면서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거기서 아버지는 몸부림치며
집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링거 주삿바늘이 뽑히고
오줌주머니가 떨어졌다
남자 보조원이 아버지의 사지를
침대 네 귀퉁이에 묶어버렸다
나중에는 의식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하면서
짐승처럼 몸부림만 쳤다
팔목이며 발목이 벗겨지면서
집으로 가자고
고향도 아니었다
집이나마나 창신동 골목길 셋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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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병을 앓아 말문이 막히면 어찌 될까....? 의식은 있는데 말을 못하면, 글로 쓸 수도 없으면 어찌 될까? 수술을 받기 싫어도 식구들은 얼마 되지 않는 생존 연장의 가능성 때문에 식구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면서, 없는 살림 떨어가며 강제로 수술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 것도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벗들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지 못한 채 또다른 빚을 더한 채 낯선 병원에서 인생의 종말을 맞이해야 한다면.....?"
이런 끔찍한 생각이 들 때마다 사람도 결국 절대 고독한 존재임을 가슴 저리도록 느끼곤 했다. 시인의 아버지도 그랬던 것 같다. 시인의 아버지는 살아 그리운 고향에 돌아가기는커녕, 골목길 남의 집 셋방에서나마 식구들과 마지막을 보낼 수 없었는지 모른다. 인간의 존엄이란 생명의 물리적인 연장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사는 데 있음을 이 시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참된 삶일까'하는 질문을 자잘한 일상에 가려 본질을 잃고 사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배창환·시인·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