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예감
- 박근혜 님에게 드리는 시-
당신은 지붕입니다
푸른 하늘에게 당당하게 읽어 줄
전기를 쓰는 기와지붕입니다
모진 눈길 걸어 온 사람들을 품어주고
그들의 말을 새겨서 기와로 얹어두면
새도 구름도 하늘도
절로 흥겨워할 경전이 될 것입니다
이미 당신은 그 집에 들기 전
흙탕도 빙판도 그늘도 밟았으므로
당신이 지은 칸칸의 방들은 골고루 따스할 겁니다
철없는 아들들의 돌팔매질에도
당신의 품은 넓고 따스했으므로
한쪽 지붕에 아직 눈 녹지 않았다 한들
당신이 피워내는 사랑의 온기에
봄은 머지않아 올겁니다
이 땅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그러했듯
당찬 말로 바람의 벽을 바르고
꼿꼿한 기둥으로 받치는 지붕
튼튼한 대들보 위에 당신이 얹을 기와는
천년 또 천년이 지난 뒤에도
하늘이 읽는 경전 같은 것 이어서
몰려오던 먹구름도 멈칫
맑디맑은 공중정원을 비껴갈 것입니다
지상에 뿌릴 꽃씨를 가꾸는 정원
지혜의 책장을 펼쳐 얹은 지붕
그런 지붕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