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뽑으며
뽑는 것 외
별 다른 방법 없다 하여
몇 방울 에테르*의 힘을 빌려
사랑니를 뽑았다
이별 이후
애증으로 아파할 때
이빨도 시나브로 앓았나 보다
다시는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는
이빨의 경고다
황태자도 걸인도
잊는 것 외
별 다른 방법 없는
저녁노을 같은 사랑아
수많은 날들
지체 없이 떠나간
이 순간조차에도
아직도 기억의 강가에
서성이고 있는
어리석고 초라한
내 몰골
에테르의 힘으로 고통 없이
뽑아버리면 그만인 이빨처럼
무지개 같은 사랑의 기억도
발톱의 생채기 같은 상처도
동시에 뽑아버리는
그런 묘약은 없는 것인가
이승의 하늘 아래서는
*에테르 : 마취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