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 있으랴 만은 우리나라 부모님의
자식사랑은 유별나기로 소문나있다.
자신의 호의호식은 고사하고 손발이 부러 터지도록 고생하며 공부시키고,
시집·장가보내고 출가 후에도 사랑행진을 멈출 줄 모르는 것이
우리네 부모다.
이렇게 자식들에게 헌신하다보니 젊은 청춘 다 가고 어느덧 백발에
허리 꼬부라진 황혼을 맞게 된다. 자식도 다 키웠겠다 건강 챙기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이번에는 손자손녀 키워달라고
덤 태기 씌운다.
맞벌이부부가 증가하고 이혼 등에 의한 가정해체 영향으로 황혼육아를
떠맡은 조손 가정이나 자식 집에 가서 육아를 도와주는 경우가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루 종일 꽁무니 따라다니며 다칠세라,
넘어질세라 안고 업고 먹이고 재우고 끝이 없다. 젊은 엄마들도
혀를 내두르는 중노동인데 하물며 노부모님들은 오죽하랴.
손자손녀 돌보는 한 노부모는 “손목, 어깨, 허리가 아파 견디기 힘들다”며
“시간을 내지 못해 계모임에 나가거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이 어렵다고 하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하물며 평소에는 잘 찾아오지도 않던 자식들이 참외출하, 추곡수매 등이
있으면 여지없이 찾아와 손까지 내민다. 주름 깊게 패인 얼굴에
웃음꽃 필 날이 없다.
자식의 육아를 나이 드신 부모에게 맡겨야 하는 딱한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부모님의 삶도 풍요롭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 주기만 하는
그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인가.
부모가 하는 짓은 자식이 그대로 물려받는다. 내가 내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것은
훗날 내게 돌아올 업보를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