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 했던가.
아마 당시 한국인들의 염치를 알고 문화를 사랑하며 상하 공경과
남을 배려하는 신심을 높이산 말일 게다.
지난 17일 미국 영주권자인 한국계 조승희가 총기난사로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희대의 끔직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 심성에
대한 세계인의 불신이 가중될 우려와 7백만 해외동포들이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차별과 보복행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성희의 말이 없고 가진 자를 증오하며,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폐쇄적 성격에서 빚어진 충동적 보복행위로 보인다.
20대 초반 약관의 나이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3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인성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결국 잘못되고 비뚤어진 가정과 학교와 사회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력제일주의에 젖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학원과 도서관, 과외 등에 내몰리고 조기유학 열풍으로 기러기 아빠와 외톨박이가 양산되고 있으니 친구를 사귀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다양한 현상을 접하며 상상력을 키워야할 시간도 없고 부모의 훈계를 들을 기회도 없다.
영어·수학 등 대학진학에 필요한 것들만 집중탐구하고 국민윤리나 도덕, 역사교육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고 공동체생활의 선(善)과 룰(Rule)이 무엇인지 알 턱이 없으며, 더욱이 국민적 자긍심 고취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반(反) 기업 정서를 가르치고 역사를 왜곡하며, 사회는 갈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니 젊은이들은 증오심만 키우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해 선악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청소년들의 25%가 정서적 불안, 자살충동 등을 경험했다니 교육현실과 국가미래가 걱정되며, 이래서는 동방예의빈국(東方禮義貧國)이 될까 두렵기만 하다.
진리도 지식도 필요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선(善)은 이 양자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다. 선(善)이 우선되지 않으면 지식도 가치가 없다.
제2, 제3의 조승희를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선(善)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인성교육에 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모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통한의 반성과 함께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그 가족과 미국인 모두에게 애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