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인 지방분권화가 이젠 이뤄질까.
이 사안이 요즘 떠오르는 화두다.
이미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 노무현(盧武鉉) 당선자 정권 인수팀의
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부각된 터다.
이런 시점에 지난 주 전국 시장·군수 170여 명이 대구에 모여
지방분권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고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지금까지 분권화는 정권교체기마다 정치논리로 나왔다가
다시 정치논리에 의해 흐지부지돼 왔다.
설사 단행하려 해도 철옹성 같은 중앙 부처들이
이런저런 구실을 달아 막고 나서기 일쑤였고,
정치권이 지방분권을 하라고 호통이라도 칠라치면 인사, 재정 등
알맹이는 움켜쥐고 골치 아픈 잡동사니 권한만 넘겨주는 식이었다.
그러니 이번 시장·군수 토론회에서 대구의 한 구청장이 ‘
3개 부서를 새로 만드는데 1년이 걸렸다’는 실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현상은 비록 대구의 구청뿐이 아니다.
경우는 약간씩 다르지만 전국 기초단체가 겪는 공동현상이다.
이러고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단계라고 온갖 홍보를 해대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그래서 이번 전국 시장·군수들의 결의안 채택은 더욱 의미가 크다.
누구보다 ‘반쪽 짜리’ 지방자치의 시·군정을 일선에서 끌고 나가야 하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결의안 자체도 바로
현장에서 나오는 하소연으로 봐야 한다.
명색이 지방화시대를 연다고 했으면 권력분산도 동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권력독점은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낳는다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나눠야 한다.
그럼에도 지자체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만을 내세워
오직 중앙이 움켜쥐려고만 든다면 이는 세상이 바뀐 마당에도
계속 전근대적, 중앙집권적 꿈에서 깨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따질 것도 없이 정부 각 부처들은
전국 시장·군수들의 성토를 귀에 담아 지금이라도
지방으로 넘겨줄 권한들은 지체 없이 넘겨줘야 한다.
그것이 곧 중앙도, 지방도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다.